각국 부양책 따른 유동성 등과 결합해 압력 심화
세계 디플레 원천에서 인플레 유발 원인으로
오랫동안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원천이었던 중국이 최근 세계 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현지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수출업체들은 최근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중국 남부 푸산시를 거점으로 하는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올여름 신규 수주에 대해 약 7%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션, 스펀지, 프레임 등의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품과 금속 가격이 최근 몇 달 새 급등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해상수송운임도 작년 6월부터 90%가량 올랐다고 이 관계자는 토로했다.
의류업체를 비롯해 다른 수출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장난감 도매상들의 경우에는 이달 들어서 신규 수출수주분 가격을 전면적으로 10~15% 인상했다.
중국 수출업체들의 이러한 추세는 실제 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 가격은 최근 1년간 1.2% 오르면서 2012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 상승분 대부분은 2월 말까지 최근 3개월 동안 발생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목재, 철강, 면화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체마저 수출 가격을 인상하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제조업은 지금까지 청바지에서부터 소파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중심적인 존재였는데, 이제는 되레 그 반대 역할을 하게 됐다.
아울러 중국의 이러한 수출가격 인상은 현재의 공급망 병목 현상,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넘쳐나는 유동성과 결합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비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격렬한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경이로운 부양책이 정책 입안자의 예상보다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길어진다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중국 수출업체들의 가격 인상 주된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끊임없는 공급망 제약이 꼽힌다. 항만 혼잡과 컨테이너 부족으로 최근 수개월 새 급등했던 해상운임도 여기에 한몫했다. 중국 가구 제조업체 관계자는 “25년 가까이 업계에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운임 이렇게 치솟은 것을 본 적도 없고,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하고있다”고 한탄했다.
WSJ는 “시장 점유율을 잃을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중국 제조업체도 있고,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곳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까운 시일 내에 누그러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