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벚꽃은 떨어져도 민주주의는 지지 않길

입력 2021-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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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포항에 벚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따뜻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 재보궐 선거도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그다지 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시민이 아니라서? 재보선의 특성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현실정치에서 느껴지는 어느 정도의 피곤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더니… 왜 벚꽃만큼 반갑지 않은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흥미로웠던 점을 꼽아보자면 경선과 후보단일화가 아닐까 싶다. 구조적으로 선거는 비대칭 정보 게임(asymmetric information game)이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업무 수행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또 얼마나 청렴한지 등 대표자를 뽑는 기준이 되는 정보는 모두에게 공개되어있는 정보(public information)이기보다는 후보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private information)에 가깝다. 이러한 비대칭 정보 문제는 개인 유권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밖에 없는데, 경선과 후보 단일화의 과정이 간접적으로나마 이 문제를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선과 후보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후보자 간의 경쟁이다. 경쟁 상황에 놓인 후보자들은 당원(party member)이나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캠페인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정보나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공개하게 되는데, 유권자들은 그 정보를 통하여 후보자들에 대한 일종의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문에 경선이나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그렇지 않은 후보자들에 비하여 더 많이 공개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캠페인과 토론회 등을 통하여 정보가 제공되면 유권자들은 더 나은 후보를 선별하는 데에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제공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후보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만이 넘쳐날 때이다.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보다, 다른 후보를 뽑지 말아야 할 이유 전달을 목표로 하는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은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많이 나타난다. 첫째는 후보 간에 이념·정책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상대방의 결점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차별화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고, 둘째는 두 명의 후보만 존재하여 ‘너만 아니면 되는’ 경우이다. 첫 번째 상황은 당내 경선과 결을 같이 하는데, 비슷한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후보자 간 이념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의 경우는 두 번째 상황과 연관되는데, 제3의 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하여 두 명의 후보자가 단일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셋 이상의 후보자 간 단일화는 지지 기반 간의 성격 차이가 커져 그 명목과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후보자들이나 정당의 과오나 결점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아닌 ‘덜 싫은 후보’를 찾게 하는 이러한 상황은 많은 유권자들을 피로하게 한다. 최악의 선거는 ‘나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포기한 유권자’가 많은 경우이다. 유권자의 피로도 상승이 민주주의의 실패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후보자들만 탓할 수는 없다. 부정적인 정보를 재생산한 미디어와,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소비한 대중의 책임도 없지 않다.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나서서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것이 선거문화 개선의 밑거름이 되고, 경선과 후보단일화의 긍정적인 효과 극대화를 이끌어 줄 것이다.

이제 한 주 정도 지나면 벚꽃잎이 바람에 떨어질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약속이 선거철에만 피었다 지는 벚꽃 같은 생명력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벚꽃 축제는 민주주의의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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