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은 현재 263만여 명이다. 그 중 후천적인 장애인이 90% 이상이다. 중도에 발생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대비되는 사람을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非(아닐 비)’가 아니라 예비 장애인이라는 의미의 ‘備(갖출 비)’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은 일상생활이나 이동에 다소 불편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하기보다는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장애인이 가진 ‘차이’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어떠한 노력과 배려를 해왔을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는 산업화 시기에야 비로소 제도화되고 확대되었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이 1989년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인등록제도가 만들어졌다. 장애인등록제도는 장애등급제를 기반으로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애인을 6등급으로 구분하고는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차등 제공하는 제도였다. 장애등급제는 복지서비스의 제공기준으로서 장애인복지의 양적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장애인의 개인별 욕구·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제도로는 한계도 있었다.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장애인복지 확대였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2019년엔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그간의 장애등급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복지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했다. 먼저, 반인권적 용어인 ‘장애등급’을 없애고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장애 정도를 구분했다. 또한, 복지서비스 제공 기준으로 ‘의학적인 장애등급’ 대신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개별 욕구와 환경 등 서비스 필요도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활동지원서비스, 보조기기 등 일상생활지원 서비스와 장애인주차표지, 장애인콜택시 등 이동지원 서비스에 종합조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에는 소득·고용지원 서비스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으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 제공기준으로 연착륙 중이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은 30여 년간 국민연금(장애연금) 사업 수행으로 축적한 장애인지원사업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뒷받침하였다. 개편된 제도에서도 핵심인 장애정도 심사업무와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장애등급만 의학적으로 심사하던 과거와 달리 장애인복지에서 차지하는 공단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 우리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 장애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고도의 장애 감수성과 전문성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 41주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우리 사회 곳곳에 장애인을 ‘우리 동네 보통사람’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