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참석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 더해 주요 글로벌 ICT 기업이 불참을 선언해 참가의 실익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다.
28일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 모두 MWC 참석 여부와 부스 운영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참가비 정산이 전년에 모두 완료됐는데도 ‘불참’을 계속 검토 중인 모양새다. 이들은 MWC 참석으로 얻을 효과와 참가비로 쓰인 매몰비용 등을 놓고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리고 있다.
올해 MWC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6월 28일(현지시각)부터 7월 1일까지 열린다. 세계 3대 IT 전시회인 MWC는 지난해 33년 만에 처음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MWC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개최 일정을 2월에서 6월로 미루고, 예정대로 대면 행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에릭슨, 노키아, 인텔, 소니, 오라클 등에 더해 최근 구글까지 코로나19를 우려해 대면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국내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수장들이 현장에 참석해도 만날 수 있는 사업자들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줄지어 불참 선언을 한 데는 GSMA가 현장 참석 인원을 평년인 10만 명에서 5만 명으로 줄이고 각종 예방책을 제시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참석하려면 도착 72시간 전에 실시한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72시간마다 재검사를 받게 돼 있다.
중국 IT 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주최 측의 조치가 일부분 미흡해 보이기 때문에 전시 업체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사가 임박하면서 더 많은 불참 업체들이 등장해도 놀랍지 않다”고 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내심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길 원했지만 GSMA가 대면 행사를 강행하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잡기 위해 참석하는 게 맞는지, 위약금을 물고 불참하는 게 나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참가비는 기업당 10억~3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참 시 이 금액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지는 미지수다.
통신사 관계자는 “GSMA과 계약 사항이라 지금 단계에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통신사가 부스를 꾸린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만간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스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최소 인원 규모로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 경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부스 운영은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그간 LG유플러스는 LG전자와 공동으로 부스를 운영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 LG유플러스의 경우 부스 운영과 참석 여부 모두 결정되지 않았지만, 부스를 운영하지 않으면 CEO와 임원 참석 결정은 더 자유로워져 개최가 임박해서 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11월 GSMA의 이사회 멤버에 선임돼 더 고려할 게 많다. GSMA 이사회는 세계 통신사의 CEO급 임원들로 구성된 이동통신업계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KT 외에도 AT&T, 버라이즌, KDDI, 오렌지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가 참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GSMA 이사회 회의가 있어 부스 운영과 별개로 주요 경영진만 참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GSMA 이사회 멤버 중 버라이즌과 오렌지는 참석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