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기차 시대 초기 모델이었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가 최근 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기 모터로 달리는 것은 일반 전기차와 같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소모되면 충전기를 찾지만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차에 달린 엔진에 시동을 걸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런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라고 부른다. 모호한 방식 때문에 데뷔 초기 "진정한 전기차가 맞느냐"는 논란도 일어났다.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전기차를 순수 전기차로 볼 수 없다"는 반론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모델은 엔진이 직접 구동계통에 연결돼 있어 "전기차가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충전식(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EREV를 개발한 제조사(미국 GM) 측은 엔진이 구동계통에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가 맞다”라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최근 등장하는 전기차 역시 충전을 위해 전기를 뽑아 쓴다. 그런데 이 전기 역시 풍력과 수력,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면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성한다.
발전소에서 생성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과 자동차 안에 달린 엔진에서 뽑아낸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전기차의 원칙을 지키느냐, 더 편하게 전기차를 탈 수 있느냐가 맞서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결국, 자동차 업계가 순수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시장에서 하나둘 사라졌다.
쉐보레 볼트가 대표적이다.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달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굴림바퀴도 돌렸던 볼트(Volt)는 사라졌고, 순수 전기차 볼트(Bolt)가 등장했다. 한글 표기는 같은데 영문 표기는 각각 다르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다시 내놓고 있다. 일부 모델은 배터리와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최대 1000㎞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친환경차 정책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라며 “정책 당국은 BEV(배터리 전기 자동차)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