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로 꼽혔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첫날 ‘따상’ 대신 급락하면서 장외시장 거래도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미리 주식을 사들여 상장 후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장외시장에서 ‘따상’ 기대감을 반영한 주가로 거래되는 경우도 빈번했는데, 이 같은 전략은 먹통이 된 셈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장외주식시장 거래량은 46만8320주, 거래대금은 52억1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거래량이 88만7677주, 거래대금이 142억8300만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절반 가까이, 거대대금은 삼 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장외시장 거래대금은 SKIET 상장일인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10일 77억 원대를 유지하던 거래대금은 58억 원(11일)→61억 원(12일)→52억 원(13일) 순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SKIET 상장 첫날 급락하자 장외시장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장외시장과 공모주 시장은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특히 상장을 앞둔 장외주식일수록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곤 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 대신 장외시장에서 기업공개 예정 주식을 매입하고, 상장 후 매도해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SKIET의 경우,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 보유지분이 90%에 달해 장외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최대 IPO라는 점에서 공모시장, 장외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SKIET가 새로 쓴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도 공모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SKIET 주가가 하락하자 현재 장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들도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12일 기준 IPO 관련주인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2000원 하락한 10만5500원에, 와이엠텍은 500원 하락한 3만7000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크래프톤(286만5000원), 에스디바이오센서(12만7500원) 등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균등배분 제도가 도입되면서 차명계좌, 중복청약 영향으로 경쟁률도 허수가 반영돼 사상 최대 경쟁률, 청약 증거금 기록 등이 의미가 없어졌다”며 “아직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공모주 시장에 거품이 꼈다고 볼 수 없지만, 공모주는 무조건 ‘따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