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동킥보드 타려고 헬멧을 매일 들고 다녀야 한다고요? 너무합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역삼역 인근 도로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 가운데 전동 킥보드들이 덩그러니 줄지어 놓여 있었다. 헬멧과 함께 비치된 전동킥보드도 눈에 띄었지만, 이용자는 없었다.
통상 역삼~선릉역 인근은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부터 회사까지 거리가 있는 직장인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강남을 중심으로 킥보드를 대거 배치한 이유다.
반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이 날은 이용자가 적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안전 기준과 이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원동기장치 자전거 이상의 면허를 보유해야 하며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탑승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한, 13세 미만이 운전해도 보호자가 과태료를 문다.
이와 관련해 이용자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편리함’ 때문이었는데 헬멧까지 착용해야 한다면 너무 불편해진단 것이다. 헬멧을 매번 지참해 다닐 수도 없단 불만도 나왔다.
직장인 박 모(28) 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출퇴근 길에 걷기 힘들어 전동 킥보드를 자주 타곤 했는데 오늘부터 헬멧을 써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일단 (오늘은)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헬멧을 써야 한다고 해 접이식 헬멧을 알아봤는데 국내에서 파는 곳이 없어 ‘직구’를 해야 한다”며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러 보이는 이용자들 대부분이 ‘노(NO) 헬멧’ 상태였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탑승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인도에서 타거나 킥보드를 탄 채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도 속속 보였다. 이들 중 일부는 법 개정에 대해 인식한 상태였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헬멧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탄 한 이용자는 “오늘부터 헬멧 써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매번 개인이 들고 다니란 소리인데 어떻게 그러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두 시간 타는 것도 아니고 길어봐야 15분 타는데 그러자고 헬멧을 들고 다니란 얘기냐”며 “공유 킥보드 이용자들에게 (제도가) 너무 야박하다”고 말했다.
개인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통근한다는 한 이용자(35)는 헬멧과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는 “개정안이 시행된 줄 몰랐다. 그 전부터 헬멧을 쓰고 다녔다”며 “공유 킥보드를 타던 사람들은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계는 이날을 대비해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소속 기업들은 일제히 면허 인증을 기기 이용의 필수 절차로 도입하고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을 통해 개정 법안을 홍보하고 있다.
다만 공유 헬멧 도입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 업체는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우선해 공유 헬멧을 비치한 상태지만, 일각에서는 위생, 도난 문제 등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대신 면허를 인증한 이용자에 헬멧을 지급하거나, 우수 이용자에게 헬멧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한, 라임 코리아는 헬멧 업체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한 전동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이용자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면허 인증도 강화해 불편 없이 만들겠다”며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로 공용 헬멧에 대한 위험이 크고 분실이나 파손 문제도 고려해야 해 공용 헬멧 도입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