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운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해운사들은 공정위 제재가 해운 생태계를 간과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 부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선주들이 배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가격담합 혐의를 받은 해운사들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혐의를 받은 해운사들은 국적선사 11개사, 외국적선사 12개사 등 총 23개사이다.
공정위 조사는 목재 수입업계가 2018년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동시에 청구하는 등 담합이 의심된다며 신고한 데 따른 조치이다.
해운사 공동행위의 적법성을 파악한 목재 수입업계는 2019년 신고를 취소했지만, 공정위는 직권인지 조사로 전환했다.
조사 이후 공정위는 해운사들에 15년(2003~2018년) 동안 동남아 항로에서 발생한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공동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화주 단체와 사전에 서면으로 합의 △공동행위 내용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신고 △공동행위로부터 탈퇴 제한 금지)을 해운사들이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 공정위는 해운업계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있지만, 해운사들은 해운법에 따라 정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임 인상 또는 회복과 같은 기본협의 사항은 화주와 합의했다. (공정위가 조사한) 부속 협의는 화주와 합의 대상이 아니다”며 “공동행위에 대해서도 물론 해수부에 신고했다. 신고사항 달성을 위한 부속 협의는 애초 신고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운사 간 상벌제도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상벌제도는 합의준수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만큼 해운사 입ㆍ탈퇴와는 상관없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제재는 우리나라 해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김 부회장은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선복 부족으로 수출업체들이 제품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는 선박 부족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물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에서 언급된) 동남아 항로에서는 원만한 수출입 해상운송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