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 설정 잔액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변동성이 높아진 주식시장을 비롯해 기댈만한 투자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 투자처로써 MMF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MF의 시장은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MMF 설정액 100조원 돌파 "투자처 없어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MMF 설정잔액은 전일보다 1조2850억원 늘어난 101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MMF설정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MF 설정액은 지난해 1월말 55조원을 기록했으나 12월말에는 88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현재는 101조원으로 올 들어 일평균 3조원씩 급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MMF의 급증 원인을 투자처 부재에서 찾았다. 시기적으로 연초에는 투자자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는 것. 이에 아직까진 시장 대비 금리가 높게 형성된 MMF에 자금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MMF는 5% 중반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은행권의 예·적금과 맞먹는 상품으로 부각된 지 오래다. 또한 자금 입출금이 용이해 이를 투자에 활용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적절한 투자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상품으로 매력적인 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연기금이나 기금들이 잠시 투자자금을 예치해 놓은 상태로 시장에 투자할 만한 요인들이 생기면 자금은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별 자금규모를 보면 개인의 비중은 전년 수준인데 반해 법인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월말 MMF 설정액 55조원 가운데 개인과 법인은 각각 29조원, 25조원을 기록했다. 이후 12월 말 MMF 규모는 88조원으로 늘었으나 개인은 27조원으로 투자금액이 줄어든 반면 법인은 60조원대로 대폭 증가했다.
오광영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법인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아마도 대부분 금융기관의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돈을 받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 증시가 계속 내려 앉았던 탓에 가장 좋은 대안이 MMF였다는 설명이다.
김순영 대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MMF에는 기관이 많이 들어가는데 채권안정펀드에서 아직 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대기성 자금도 있다"며 "이외에도 법인쪽에서 투자자금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현금을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MMF 자금 유입 당분간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MMF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가오는 구정 연휴를 전후로 확대된 현금 수요 때문에 MMF 자금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지만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MMF가 5% 중반의 수익률을 제시한 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처 모색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또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축된 투자심리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자산운용업계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지난해 10월에도 600~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최근엔 유입되는 금액이 500억원에 못 미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증시로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증시가 패닉상황을 거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며 "해외주식펀드의 경우 국내보다 더 불투명해 자금유입 규모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결국 개인 투자자나 법인들이 모인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처로 MMF를 선택하는 관망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한 방향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MMF 시장의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MF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CMA도 계좌 잔액이 석 달만에 30조원을 회복하는 등 단기 유휴자금 투자처로의 자금 유입이 관찰됐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MA설정 잔액은 30조7150억원으로 전월 29조3999억원 대비 4.4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