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자회사인 유진투자증권의 매각과 관련해 르네상스 사모투자펀드(PEF)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함에 따라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유진기업은 12일 공시를 통해 계열회사인 유진투자증권 보유지분 매각과 관련해 2008년 12월 26일 르네상스PEF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매각조건에 대한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유진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인 르네상스 PEF가 제시한 인수가격이 유진투자증권 매입 당시 가격과 상당한 괴리를 보여 유진기업이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유진기업과 르네상스 PEF간의 유진투자증권 매각 협상은 지난해 12월 2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유진투자증권 인수를 놓고 양사간 온도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당초 양측은 2009년 1월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실사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증권업계는 유진기업 측이 현 시점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을 매각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 딜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르네상스 PEF가 제시한 인수가액이 유진투자증권을 팔아 우리은행 차입금 상환에 턱 없이 모자란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진기업은 당초 유진투자증권을 팔아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은행의 차입금 30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르네상스 투자자문이 유진투자증권 인수가액으로 최대 1300억원의 현금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이 금액으로는 유진기업이 우리은행 차입금 상환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을 매각해도 현금창출능력보다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매입가인 1800억원과 무려 500억원이나 괴리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진그룹은 시장이 좋았으면 충분히 제 값을 받았을 것이라는 미련을 못 버렸던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유진투자증권 노조의 르네상스 PEF 인수와 관련한 실사 저지 움직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조는 르네상스 PEF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 단순한 차익실현 목적의 FI(재무적 투자자)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증권사 운영과 관련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새로운 인수 협상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유진기업의 유진투자증권 매각 딜은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