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그룹이 지분 분할매각안을 산업은행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산은의 자금마련안 보완 지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한화그룹은 자금조달계획서가 미흡하다는 산은측의 지적에 대해 "일부 자산매각안과 함께 부족한 자금에 대해서 매각대금 분할 납부가 아닌 분할매입 방식을 산은측에 요청했다"며 "하지만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산은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측은 또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더 이상의 추가 안은 없다"며 "산은측이 대우조선을 매각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지난 12일 제출한 자금마련 수정안을 통해 대우조선 지분의 분할 매입안을 산은에 제시했다. 한화가 동원할 수 있는 총 금액이 4조5000억원에 불과해 분할매입의 형태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인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가 자산매각을 통해 조달 예정인 금액은 모두3조5000억원. 세부 매각대상에는 대한생명 지분 21%(1조7000억원)와 갤러리아백화점(1조2000억원), 장교동·소공동빌딩(6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내부 보유자금 1조원 등 총 4조5000억원이다. 전체 인수대금 6조3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한화는 당초 인수하기로 했던 대우조선해양 지분 51% 가운데 60%를 우선 매입한 후, 나머지 40%는 자금 사정이 나이진 이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추가 매입시기는 산은측과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것.
지난 2005년 아주그룹이 대우캐피탈을 인수할 당시 현금이 부족해 채권단은 분할매입을 허용한 바 있다.
한화는 지분 분할매입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라는 주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지분을 매입한 사례가 있다"며 "과거 분할매입 사례도 있는만큼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은이 한화의 분할매입을 허용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한화에게 수년동안 경영권을 보장해줄 경우 다른 기업들의 불만을 산은측이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분할매각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경우 공정성·투명성에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산은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가 제시한 자금조달계획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인수대금금을 충당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자금조달계획을 이번주까지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