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근로자위원)와 경영계(사용자위원)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만 양측이 각각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격차를 보이면서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의결 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열린 6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각각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먼저 근로자위원 측은 올해보다 23.9% 오른 시급 1만800원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해 역대 최저인 1.5% 인상으로 2년 연속 최저임금이 최저수준으로 인상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저임금노동자를 비롯한 저소득계층의 소득 수준은 악화되는 등 불평등·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올해와 같은 시급 8720원을 제시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주요 지급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은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며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15.6%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된 도소매·숙박음식 업종과 소규모 기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나 최저임금이 수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극과 극을 보이면서 이달 중순까지 마무리지어야 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전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도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9명)의 조율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저임금 수준 결정은 노사가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바탕으로 격차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사가 추후 수정안 제시 없이 원안을 고수한다면 공익위원들이 적정 수준의 임금을 정해 표결에 부치게 된다.
지난해 노사 양측이 막판 진통 끝에 각각 최종 요구안으로 9110원, 8635원을 제시했는데 공익위원은 1.5%(역대 최저 인상률) 오른 8720원을 표결에 부쳐 의결시켰다. 공익위원의 이 같은 결정에 근로자위원 측은 강력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오른 2018~2019년엔 경영계가 공익위원들이 소상공인 등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 실현을 위해 대폭 인상을 결정했다며 비판을 가했고,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폭을 보인 2020~2021년엔 노동계가 공익위원들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달성을 외면했다며 규탄했다. 결과적으로 공익위원들이 중재자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셈이다.
올해 심의에서는 어느 때보다 공익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정부)가 4.2%인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임금 인상 시 소상공인, 영세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고용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