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장기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과학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미ㆍ중 분쟁의 국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중국견제 패키지 법’을 마련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3일 발표한 ‘미국의 중국견제 패키지 법안, 미국혁신 경쟁법(USICA)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 상원을 통과한 ‘미국혁신 경쟁법’은 과학기술 기반 확충, 대중국 제재 적극 활용, 미ㆍ중 통상분쟁에 따른 미국 수입업계 부담 경감, 대중국 자금유출 방지 등의 내용을 총망라한 것으로 분석됐다. 2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법안은 향후 상ㆍ하원 협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르면 연내 정식 법률로 확정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혁신 경쟁법은 ‘중국과의 과학기술 격차 유지’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대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7개의 세부 법안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 법안 중 ‘무한 프런티어 법’에는 중국과의 과학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과학기술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이공계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미래 수호법’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과 미국 산업의 입지 강화를 위해 국내 인프라 건설 및 조달시장에서 철강, 건축자재 등을 미국산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 도전 대응법’과 ‘전략적 경쟁법’에는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권탄압 등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중국에 적극적으로 제재를 부과하고 미국 내 중국기업을 통해 미국의 자금이 중국 국유기업이나 중국 정부, 인민해방군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규정이 포함됐다.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맹국과 공동으로 대중국 수출통제와 수입금지에 나설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2021년 무역법’에는 중국과의 통상분쟁에서 피해를 본 미국 수입업계와 소비자를 위해 대중 추가관세 면제제도의 지속적인 운영, 기타 수입 관세 경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ㆍ중갈등이 지속할 것을 전제하고 장기적인 공급망 점검 등 필요한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향후 해당 법을 근거로 우리나라에 대중국 공동 수출입 통제를 제안할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또한,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제품 생산 공급망 내 직ㆍ간접적으로 중국 정부 또는 제재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의 포함 여부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석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이번 법에 포함된 수입 관세 경감 등의 내용을 보면 미국 역시 미ㆍ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를 전제하고 국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라면서 “지식재산권 탈취나 인권탄압 등 민감한 사안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중국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은 추후 해당 법안의 입법 동향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