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에 맞게 노동관계법을 다원화, 유연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2년도 최저임금을 재심의해야 하고, 최저임금 결정 체계 자체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8일 ‘4차 산업혁명 대응 노사관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제12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7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하며 이같이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관계법을 ‘다원화’와 ‘유연성’을 담보하는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행 노사관계법 제도는 과거 대공장 생산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 매우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속성이 있다”라며 “글로벌 노동관계법의 변화 추세는 노사 간 집단적 자율성 제고, 상호협력 지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유한 노사문화와 인식, 조직형태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규범과 현실이 조화되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노사관계법이 불명확해 발생하는 소모적인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임금 체계’를 예시로 들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임금, 평균임금, 통상임금 등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졌지만, 해외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평균임금, 통상임금 등의 개념이 없고, 가산임금은 노사자율협약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25% 등 가산율 개념이 있지만, 통상임금 개념은 존재하지 않아 노사 합의로 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은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 대가의 명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 3권이 허용하는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노사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 측은 ‘경영위험’, 노 측은 ‘임금위험’이라는 실력대결을 견지해야 한다”라면서 “우리와 달리 부분적, 합리적으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쟁의행위 도중 하도급 등을 통한 외부근로자의 대체투입을 허용하고 있다.
9160원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재심의하고, 심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김용근 전 경총 부회장(단국대학교 초빙교수)은 “현 정부의 과도ㆍ과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쟁국 중 최고가 됐다”라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기업의 임금 지급능력을 초과하고 기업경영과 국민경제를 고통스럽게 압박하는 국면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김 전 부회장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한국이 61.3%지만, 독일은 48.2%, 일본은 44.1%, 미국은 29.8%, OECD(29개국) 평균은 54.2%다.
그는 “공휴일, 유급휴일 등을 제외한 실근무일수가 연간 230일도 채 되지 않아 최저임금 규제 선 언저리에 있는 중소기업은 실제 시간당 인건비가 1만5000원을 웃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와 연계된 다른 인건비 항목(연장근로수당, 상여금, 퇴직금, 4대 보험 등)도 함께 상승시키는 나비효과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번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면 현 정부 5년간(2018~2022) 41.6%가 인상되는 것으로 절대액을 기준으로 최대폭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역대 정부 5년 단위 최저임금 인상액은 △이명박 정부(2008~2012) 1100원 △박근혜 정부(2013~2017) 1890원 △문재인 정부(2018~2022) 2690원 등이다.
김 전 부회장은 최저임금심의위의 심의 방식도 비판했다. 구시대적인 운영방식으로 정권에 예속된 결정을 내려 본연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타당하게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심의위는 올해 인상률(1.5%)의 근거로 ‘근로자생계비개선분(1.0%)’을, 내년도 인상률(5.1%)의 근거로는 ‘취업자증가율 전망치(0.7%)’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심의위가 근거로 제시한 지표는 근로자생계비/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등을 결정근거로 명시한 최저임금법에 부합하지 않고, 임금 결정의 핵심변수 중 하나인 기업경영상황과 시장여건 등 실물경제지표는 도외시했다”라며 “2022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재심의를 통해 하향 조정돼야 국민경제적 정당성과 수용성이 최소 수준이라도 확보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글로벌 경쟁상황과 우리 경제의 발전 정도에 전혀 맞지 않는 구시대적 기업 임금체계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선진화,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국정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