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엄포에 은행권이 대출 중단을 서두르고 있다. 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다. 이미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분기별로 신규 전세자금대출 취급 한도를 설정해 왔다. 한도가 소진되면 신규 신청은 어렵다.
우리은행은 "19일 3분기 한도를 다 채웠기 때문에 대출 중단에 나선것"이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도 이날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대출은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하는 상품이다. 오는 30일부터는 이 대출의 우대금리도 조건별로 0.2∼0.3%포인트(p) 줄인다. 최종 적용금리는 그만큼 높아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 중단 조치는 주담대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다른 변동금리 대출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담대 상품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기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고, 기존 대출의 증액, 재약정도 불가능하다.
신용대출은 신규취급 중단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최대한도가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또 대출자의 연봉 이내에서만 빌릴 수 있다. 당국의 정책에 방향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게 농협은행 측 설명이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9조7000억 원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금융위 직원들과 회의에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며 가계대출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들에 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율을 5∼6%로 맞추라고 권고했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이미 가계대출 잔액이 작년 말보다 5.8% 증가했고 7월 말에는 작년 말 대비 증가율이 7.1%에 달했다.
7월 말 기준 증가율이 KB국민은행(2.6%), 신한은행(2.2%), 우리은행(2.9%), 하나은행(4.4%)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당장 대출 중단이나 제한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속도 모니터링 하고 있고 우려는 된다"면서도 "당장은 대출을 막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대출)중단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가 있을 경우에는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