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굿바이 삼성자동차

입력 2021-08-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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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아빠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 바뀌었어. 이제 ‘삼성자동차’가 아니라 ‘르노삼성자동차’야”

2000년 9월, 초등학생이던 내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왜 이름을 바꾸는지, 회사 이름 앞에 붙은 낯선 두 글자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한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1995년 삼성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삼성차는 법인 설립을 앞두고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자동차 산업에 처음 진출한 회사였고, 본사가 부산에 있어 타지 생활도 해야 했다. 직원으로선 모험이었다. 쉽지 않은 선택을 내린 이유를 묻자 아버지의 답은 간단했다.

“삼성이잖아. 그 이름 하나만 믿고 갔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나온 뒤라 다들 기대가 컸어.”

삼성차 설립 과정에 참여한 대다수 임직원이 그랬다. 재계 1위 그룹과 최고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자부심이 있었다. 삼성차는 SM5를 출시하며 세단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지만, 외환위기로 정부의 빅딜 요구를 거쳐 법정관리에 이르렀다. 임직원과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전체가 상실감이 컸다고 한다.

삼성차는 르노그룹에 인수된 뒤 르노삼성자동차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머지않아 그 이름마저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진다. 최근 삼성은 삼성카드가 보유하던 르노삼성 지분 19.9%를 모두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르노삼성은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끝나는 내년부터 사명도 바꿔야 한다. 예정된 순서라 해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제 르노삼성은 삼성이라는 이름 없이 독자 생존해야 한다. 과제는 산적했다. 르노 브랜드로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야 하고, 내수 시장의 반등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해 흑자 전환에도 나서야 한다. 노사 갈등 해결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작업도 필수다.

회사 설립부터 성과, 매각 과정까지. 삼성차는 짧은 기간 내에 자동차 산업 역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 삼성차라는 이름은 이제 사라지지만, 좋은 회사를 만들고 성장시키려 한 사람들의 노력과 꿈은 그대로다. 새 출발을 앞둔 르노삼성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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