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은행 '점포 다이어트' 대안? CU-하나은행, 국내 첫 상업자표시 매장 오픈

입력 2021-10-12 11:02 수정 2021-10-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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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과 금융 회사들의 협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며 은행과 증권사들이 점포 다이어트에 나서는 반면 편의점들은 근거리 쇼핑 채널로 각광받으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 “편의점서 계좌도 개설” 국내 최초 PLCS 편의점 점포 등장

BGF리테일은 업계 최초로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 Private Label Convenience Store)인 ‘CU마천파크점X하나은행’을 오픈했다고 12일 밝혔다. 상업자 표시 편의점은 특정 브랜드와 협업해 혜택이 특화된 신용카드인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단순한 공간의 공유를 넘어 브랜드의 서비스 및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컬래버 모델이다.

‘CU마천파크점X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 CU마천파크점을 리뉴얼한 점포다. 이곳은 반경 500m 내에 하나은행을 포함한 은행 영업점 및 자동화 코너가 전무하다. 50여평 규모의 CU마천파크 내부 공간 중 12평을 하나은행 셀프존으로 꾸몄다. 여기에는 종합금융기기인 STM(Smart Teller Machine) 과 CD(Cash Dispenser)기가 각각 1대씩 설치된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STM에서는 입출금과 화상상담, 바이오인증을 통한 계좌계설 및 통장 발행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수수료 부담도 줄였다. 스마트 셀프존은 상담사 연결이 필요한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24시간 이용 가능하며 업무 수수료도 일반 은행 ATM 코너 또는 영업점에서 수취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증권사와 편의점의 협업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GS리테일과 협력해 GS25 내 ATM을 이용해 돈을 인출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마트24는 하나금융투자와 ‘주식도시락’을 출시해 마케팅에 나섰다.

CU는 삼성증권과 손잡고 매달 투자금의 1%씩 월 최대 5만 CU포인트가 적립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CU+삼성증권통장’도 내놨다. 이어 DB손해보험과 네이버파이낸셜, 신한생명 등과 합께 협업 상품을 줄줄이 내놨다. 최근에는 CU는 유안타증권과 ‘만원의 행복’을 진행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 5년 새 점포 1.7배 불어난 편의점 vs 12% 줄어든 은행

편의점과 금융업체 간 협업이 느는 것은 최근 효율화에 나서며 점포를 줄이고 있는 금융업체들과 몸집을 불리며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야하는 편의점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점포 수는 총 6405개로, 2015년 말(7281개)에 비해 876개가사라졌다. 연도별로 2016년 180개, 2017년 312개, 2018년 23개, 2019년 57개가 문 닫았고,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는 304개가 없어졌다. 올들어서도 79개가 더 줄어 6월 기준 6326개가 됐다.

은행별로 지난해 말 972개였던 국민은행 점포는 반년 사이 954개로 줄었다. 하나은행의 점포는 651개에서 633개로 18개 줄었다. 우리은행은 821개에서 815개로 총 6개 감소했고, 신한은행의 점포는 859개에서 854개로 5개 줄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점포도 각각 4개, 3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58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총 841개다. 2019년 말 911개에서 작년 말 861개로 50개가 사라지더니, 올해에는 1분기 만에 20개가 더 줄었다. 최근 1년간 신한금융투자는 9개를 줄였고, 삼성증권(8개)과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4개), 미래에셋증권·신영증권(3개) 등도 꾸준히 지점을 없애고 있다.

비대면거래 증가로 점포를 직접 찾는 고객 발길이 점차 끊기자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저수익 점포나 중복 점포 위주로 정리에 나서면서다.

이에 비해 편의점은 근거리 쇼핑 채널로 각광받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빅4편의점 가맹본부 매출액 및 가맹점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GS25ㆍCU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 등 빅4 편의점의 가맹점 수는 5년 사이 1만3000개 이상 늘었다.

2016년 대비 2020년 편의점 업체별 가맹점포수는 △GS25 3989개(37.6%) △CU 3991개(37.1%) △세븐일레븐 2088개(25.4%) △이마트 3340개(191.7%) 늘었다. 하지만 점포 수가 느는 반면 점포당 매출액이 주춤하다는 점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금융업계와의 협업 등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야하는 이유다.

실제 2016년과 2020년 가맹점 사업자 평균매출액을 비교하면 GS25는 6억7900만 원에서 6억2400만 원으로, CU는 6억1700만 원에서 5억8400만 원으로 세븐일레븐은 4억9900만 원에서 4억6500만 원으로 각각 줄었다. 다만, 후발주자인 이마트24만 4억500만 원에서 4억1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이 1층 점포도 2층으로 옮기고, 지점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야 하는 편의점과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면서 “앞으로도 금융사와의 새로운 협업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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