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저비용항공사(LCC)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종합해보면 하반기 들어 유가증권에 상장된 LCC 4곳(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에어부산) 중 3곳이 연이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다. 부채비율을 낮춰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담보하는 효과가 크다.
가장 최근에는 진에어가 123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달 1~2일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90% 넘는 청약률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우리사주 청약률은 58.2% 수준이었지만, 주주들이 배정물량의 96.7%를 청약하면서 목표로 한 조달금액을 대부분 모았다. 모기업인 한진칼이 참여했고, 방역수칙 완화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흥행을 거뒀다.
앞서 에어부산은 9월에 100%가 넘는 청약률로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2271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역시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가 참여해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었다.
10월에는 제주항공도 664%에 달하는 최종청약률로 약 2066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884억 원을 출자해 배정 물량을 전량 소화했고, 3대 주주인 제주도 역시 40억 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LCC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2분기 기준 각 사의 자본잠식률은 △제주항공 57% △진에어 139% △에어부산 29%에 달한다. 업계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인건비 지급 등에 사용하며 해외 운항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 계획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이 체납된 급여를 자진 반납하는 방식으로 자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공식 근로자 협의체인 근로자연대는 올해 6월 1일부터 재 운항을 위한 운항 면허(AOC) 발급 재취득일까지 발생하는 임금, 지난해와 올해 연차수당을 포함한 각종 수당도 반납하기로 했다. 현재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약 480명으로, 필수 인력 60~70여 명만 교대로 근무 중이다.
유상증자를 비롯한 업계의 자금 마련 노력은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회사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는 항공 운항 정상화로 여객 부문 실적을 회복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LCC 업계는 ‘위드 코로나’ 정책에 발맞춰 해외 항공편을 하나씩 정상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5일부터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에 골프 관광 목적의 전세기를 투입했다. 이달 25일부터는 인천~괌 노선에 관광 목적의 부정기 운항을 재개한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운항을 중단한 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진에어는 괌 노선을 주 1회 운항에서 주 2회로 변경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했다. 에어서울도 12월부터 인천~괌 노선을 660일 만에 재개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7월 말부터 괌, 사이판 노선 운항을 정상화했다.
국제선을 이용하는 고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공항에서 운항한 국제선 여객 수는 30만9000명으로, 9월(29만1000명)보다 소폭 늘었다. 국제선 탑승객 수는 올해 초 20만 명 초반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이판과 괌 등 휴양지 노선 탑승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LCC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분명히 단기적인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면서도 “경영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객 수요 회복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