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다. 이러니 거래도 뚝 끊겼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얘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652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월(2695건)보다 38.7% 줄었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올해 최소치다.
거래 절벽에는 금융권의 대출 규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과중한 세금 부담 등 다양한 원인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근저에는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9억 원(매매가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기준이 현행 시세 9억 원으로 정해진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0월이다. 이후 14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재 서울 집값은 2008년과 비교해 2배 넘게 뛰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8년 12월 4억8084만 원에서 올해 10월 10억7333만 원으로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억 원이 훨씬 넘는데도 9억 원을 ‘고가(高價) 주택’의 기준으로 삼아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가 9억~12억 원의 주택을 팔 때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비과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올리면 8억 원에 샀던 주택을 5년 보유, 5년 거주한 1주택자가 16억 원에 팔 경우 양도세가 6500만 원에서 940만 원대로 줄어든다.
여당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6월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런데도 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아직까지 본회의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 ‘부자 감세’라는 여권 내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면서 아파트 매매시장은 그야말로 거래 절벽에 직면하고 있다. 법 적용 시점에 따라 양도세가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씩 차이 나기 때문에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아예 미루거나, 기존 계약자들은 잔금 납부일과 등기일을 최대한 늦추는 분위기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선 “매수자에게 잔금 납부와 등기일을 최대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8~10월 실거래 계약이 체결된 매매가 9억 원 초과 아파트 매물의 등기와 잔금 납부가 지연된 사례가 늘고 있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에 결국 여당은 그동안 미뤄뒀던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논의를 시작으로 양도세 개편 작업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부동산 세제 완화를 반대하는 여권 내 강경파의 의견 추이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날 전망이다.
부동산 세제 조정은 정치 논리로 풀어선 안 된다. 거래 두절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은 종부세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국회는 지난 8월 말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14년 만의 상향 조정이다. 주택 보유세는 낮춰주면서 매물 증가 효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거래세는 14년째 그대로 두는 것은 거꾸로 가는 조세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여당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에는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양도 차익에 따라 차등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1주택자라도 양도 차익이 과다하면 장기 보유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주택 실소유자도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택 장기 보유 유도,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에도 어긋난다. 세금 혜택이 줄면 누가 오래 한 주택에 거주하겠는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