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가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ETF 투자를 늘리는 한편, 메타버스 관련주와 반도체 장비주를 담으며 포스트 코로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사이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테슬라였다. 올해 1월부터 11월 19일까지 테슬라 순매수 결제금액은 13억5980만 달러(약 1조6140억 원)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지난해(30억171만 달러)에 이어 올해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에 올랐다.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 플랫폼스는 순매수 금액 5억9867만 달러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서학개미는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꾼 지난달 29일 이후 2억7511만 달러를 사들였다. 메타의 주가도 사명 변경 이후 주가가 6.7%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고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를 우선 사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 액티브 ETF는 상장 한 달 만에 순자산이 2000억 원을 넘어섰고, 5거래일 만에 다시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바타의 진화로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서비스 중인 콘텐츠가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을 또 다른 마켓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진입하면서 메타버스가 미래의 인터넷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올해 서학개미들이 3억9340만 달러 순매수하며 상위 8위에 올랐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유일 EUV(극자외선) 장비를 만드는 AMSL에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ASML은 첨단 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장비 한 대 가격만 2000억 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을 확대하면서 ASML의 가치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ASML은 반도체 장비 시가총액 1위 업체로 노광장비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SML의 신규 EUV 플랫폼은 2025년까지 고객별 출하 계획이 세워진 상황”이라며 “지구상에 반도체가 존재하는 한 노광장비, 특히 EUV 장비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알파벳(올해 순매수 6억4613만 달러)은 지난해 8위에서 2위로 상승며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애플(5억5541만 달러)은 작년 2위에서 4위로, 마이크로소프트(3억7536만 달러)는 5위에서 9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상위에 올랐던 아마존, 엔비디아, 해즈브로, 니콜라, 보잉 등은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전 세계 각지에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비대면, 언택트 수혜를 받아왔던 아마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항공기 전문업체 보잉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제2 테슬라’라 불리던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는 사기 의혹에 휘말리며 국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키움증권은 “니콜라가 사기 논란 속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논의하던 수소충전소 건설 협상이 중단되자 급락했다.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유동성에 의해 장미빛 전망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상승 해왔던 종목군의 조정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