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코로나에서 우리는 언제 빠져나올 것인가? 과연 빠져나올 수는 있는 것일까? 한 달 전만 해도 위드코로나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팬데믹의 안개 속에 갇혔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성의 시공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미래 시나리오다. 지난 11월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하여 네 개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팬데믹 종식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 팬데믹은 종료되어 주기적 독감 정도가 된다. 대다수의 사람은 면역력을 얻으며, 세계는 팬데믹 사태의 경험으로 미래 위험에 대해 과거보다 더욱 잘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문화 등을 갖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 변이가 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팬데믹 상황의 지속으로 의료, 경제 시스템 등에 장기적인 영향이 미친다. 세 번째에서 전염성이 크게 높아진 변이가 등장한다. 전 세계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코로나에 대응한다. 세계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불균형이 늘어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코로나 이외에 새로운 팬데믹이 등장하는 미래에 대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국가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국가 경제는 붕괴하고 생태계는 악화되며, 기후변화 또한 가속화되고 기상변이도 빈번하게 일어나 심각도도 높아진다. 대부분의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 네 개의 시나리오는 모두 그럴 듯(plausible)하다. 참고로 미래 시나리오는 현재 상태가 지속되는 확률적 미래(probable futures), 그럴 듯한 미래(plausible futures), 논리적으로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s)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럴 듯’하다는 의미는 인류의 역사적 경험, 심리적 경향, 물리적 법칙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네 개의 시나리오 중 어떤 시나리오도 실현 가능하다. 1918~1920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이후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 변이는 지속적으로 등장했으며, 치사율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는데 전염력은 매우 높은 변이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새로운 팬데믹이 등장하며, 기후변화의 가속화까지 겹쳐질 가능성 또한 있다.
WHO의 코로나 미래 시나리오는 모든 가능한 상황을 담고 있어서, 네 개의 미래 중 하나는 현실화될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대부분이 바라는 선호미래, 네 번째 시나리오는 가장 회피하고 싶은 미래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무의미하다. 2019년에 2020년의 미래를 통계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확률적 미래 예측에 집착하는 접근은 비합리적이다.
전염성 높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과 확진율 증가는 우리 앞에 놓인 미래가 코로나 변이가 지속되는 두 번째 시나리오일 가능성을 높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와 교육 시스템은 이에 대해 준비되어 있을까? 전염성 높은 코로나 변이로 전 세계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미·중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이 더욱 격화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에 대응하고, 선한 국가로서의 글로벌 영향력 증대라는 거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민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 새로운 팬데믹의 등장과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미래에 우리 정부는 회복탄력성과 기민성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 대기업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쓰나미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위드코로나 정책의 후퇴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미래의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각인시켰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열려 있는 미래를 열려 있는 마음으로 직시하고, 이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발 앞의 이익과 백 보 앞의 위험과 천 보 앞의 기회를 한눈에 담고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