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응하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표를 얻기 위해 말만 하는 ‘가짜’라고 공박하며 민주적 경제생태계를 위한 시민활동에 종사해 온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영입해 ‘진짜’ 경제민주화 정책을 만들어 실천할 것이라고 하였다. 채이배 전 의원은 민주당 입당 인사말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하나도 관심없는 국민의힘이 선거만을 위해 김종인 위원장을 모셨다”며 김종인 위원장에게 ‘경제민주화’ 공개 토론을 요청하였다.
앞으로 양 후보 선대위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정책 대결이 기대된다. 18대와 19대 두 차례의 대선을 돌이켜보면 경제민주화 브랜드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 어느 쪽도 밀릴 수 없는 진검 결투이다. 김종인 총괄위원장 대 채이배 전 의원의 대리전을 넘어 후보들 간의 육박전도 예상된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놓고 밀고 당기는 접전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쯤 양 후보는 열심히 경제민주화에 관해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법적 근거는 헌법 제19조제2항으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의 요지는 ①균형성장 ②적정 소득분배 ③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④경제주체 간의 조화 ⑤규제와 조정의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여기서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입장이 온건론자, 중도론자, 강경론자로 나누어진다.
온건론자는 ‘균형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에 초점을 두고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을 강조한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과 경제적 과실을 공유하는 성과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 상생협력기금 등이 온건적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분류된다. 그 밖에 대기업에 의한 부당 납품거절, 납품단가 부당인하, 대금결제 지연 등의 부당행위에 대한 규제도 온건적 입장을 반영한다,
중도론자는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요구한다.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제한하여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이에 속한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대형 소매점의 출점 및 영업 규제, 기술자료 임치제도 등이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여 불법행위를 근절하려는 정책도 중도론적 입장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할 경우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담시키고 징벌적 벌칙과 손해배상을 강화한 것은 불공정관행을 해소하려는 경제민주화 조치로 간주된다.
강경론자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에 중점을 두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재벌 총수에 의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주장한다. 순환출자 제한,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주회사 규정 강화, 경영권 승계 요건 강화 등이 강경론적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분류된다. 작년에 공정경제 3법이라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의 개정도 소유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극단적 강경론자는 자유 기업제도에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며 재벌해체와 대기업 분할을 주장한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소수의 자본가와 경영자가 아닌 다수의 노동자가 지배하는 경제라고 믿는 입장이다. 강경론적 경제민주화를 대표하는 정책의 예가 노동이사제이다.
이와 같이 경제민주화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현하려는 온건파에서 노동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초강경파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과연 윤석렬과 이재명 양 후보 측에서 어떤 잣대를 가지고 경제민주화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며 공방을 펼칠지 사뭇 궁금하다.
경제민주화 논쟁이 현재의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중심의 대선 캠페인을 정책 경쟁으로 전환시킬 것이라 기대된다. 치열한 정책 배틀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보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해진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활짝 펼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