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 씨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서울 양천구에서 음식점을 창업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 창업 초기 집콕 수요로 인한 배달 호황에 매출이 불어났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비슷한 메뉴를 기반으로 한 음식점이 주변에 우후죽순 늘면서 경쟁이 심화했고, 매출은 3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A 씨는 임대료 등 고정비용으로 손실을 내며 속을 태우다 결국 사업을 접는 쪽을 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와 업계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지난해 소상공인들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것으로 조사됐다. 빚을 내 어렵게 영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은 더 많아졌다.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젊은 사장님은 늘고 있지만, 창업 준비는 더 미흡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잠정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지난해 기준 290만 개로 전년 대비 4.7%(13만 개) 늘었다. 주로 숙박ㆍ음식점업(4만9000개↑)에 집중됐고, 도ㆍ소매업(2만4000개↑)과 제조업(1만3000개↑)이 뒤를 이었다. 반면 종사자 수는 557만 명 수준으로 13.5%(약 87만 명) 줄었다.
소상공인은 대체로 50대(32.2%)에 많이 분포했다. 40대(25.5%), 60대 이상(22.6%), 30대(13.5%), 20대 이하(6.3%)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증가폭에선 1년 사이 2030 창업자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20대 사장님의 사업체 수가 1년 만에 6만9000→18만2000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쇼크로 채용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상공인들이 창업에 나서는 이유로 ‘자신만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기 때문’(64%)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수입이 더 많을 것 같아서’(27.6%)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6.8%)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꼽혔다.
하지만 창업 준비는 대체로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이 창업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9.7개월로 전년(10.2개월)보다 0.5개월 줄었다. 특히 준비 기간이 3개월도 안 되거나 3~6개월 미만인 경우는 각각 1.5%, 1.3%씩 늘어난 반면 6~24개월 준비했다는 소상공인은 되레 감소했다. 사업체는 늘었지만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치지 않은 ‘묻지 마 창업’이 많아진 셈이다.
경영난은 심화하고 있다. 사업체별 매출액은 2억24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100만 원(4.5%) 떨어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300만→1900만 원으로 1400만 원(43.1%)이나 뒷걸음질 쳤다.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소비자들의 이용이 불가피하게 줄어든 데다 경쟁 심화에 내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은 경쟁심화(38.3%)를 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상권쇠퇴(37.6%)와 원재료비(28.7%)보다도 많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소득감소는 코로나19 확산세 등의 영향뿐만 아니라 급속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대응 부족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난에 부채는 불어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총부채액은 294조4000억 원으로 작년(246조7000억) 대비 증가율이 20%에 육박한다. 교육서비스업과 수리ㆍ기타서비스업에서 총부채액이 각각 47.4%, 43.6% 늘어난 영향이 컸다. 부채를 안고 있는 소상공인 비율은 60%로 전년 대비 8.1%포인트 증가했다. 사업체당 부채액은 1억6900만 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200만 원가량 감소했는데 기존에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사업체의 폐업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속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통계를 정책에 진정성 있게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