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돈줄 죄기’에 1203원까지 치솟는 등 ‘환율 천장’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시장에선 환율 향방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엇갈리는 예측 속에 시계 제로의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90전 오른 120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1203.8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일 거래를 마친 1201원은 2020년 7월 24일(1201원50전) 후 처음 1200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긴축 발작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매파적(긴축 선호)인 본색을 드러나면서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의사록에서 참석자들은 “첫 기준금리 인상 뒤 일정 시점에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하며 긴축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경제, 고용,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올리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넘어 풀어 놓은 달러화를 빨리, 많이 거둬들인다는 해석은 연말께 불붙기 시작한 달러화 강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예측과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금리 인상 전 경계 심리에 강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며 “오는 3월 FOMC 정례회의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원가량 오버슈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약 15~20원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진단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통화 정책 정상화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는 경기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달러화는 단기적으로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잦아들면서 경기 불안이 완화되고, 미국과 그 외 지역 간 차이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긴축 속도에 대한 경계감 역시 물가 지표가 정점을 통과할 경우 누그러질 수 있다”면서 “상하방 요인이 공존하기에 박스권 흐름 뒤 1분기 중순 이후에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미크론 변이 우려와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긴축, 중국 경기 둔화 등이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1200원 선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1200원 선을 유지할 수준에 해당한다”면서 “단기 고점은 1200원으로 일종의 저항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