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는 시기에 우울 정도와 자살 생각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균형 회복’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심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11일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 정도(10점 만점)는 지난해 3월 5.7점에서 12월 5.0점으로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울 위험군도 지난해 3월 22.8%로 정점을 찍고 12월 18.9%까지 하락했다. 자살 생각 비율은 지난해 3월 16.3%까지 치솟았다가 12월에는 13.6%로 내렸다.
전반적으로 우울 정도와 자살 생각 비율은 지난해 3월 가장 높았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세 둔화와 방역조치 완화로 일상생활 방해 정도가 가장 낮았던 시기다. 지난해 3월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는 400명 안팎을 오갔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시작으로 예방접종이 시작됐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수도권이 2단계, 비수도권이 1.5단계였다.
이두리 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일상생활 불편은 일시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시적이진 않다. 일부는 회복되겠지만, 일부는 회복되지 않는다”며 “전문가들도 이런 불균형 때문에 오히려 회복 과정에서 자살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일상생활 등이 정상으로 돌아올 텐데, 그 과정에서 상당수는 회복이 안 될 것”이라며 “향후 조사에선 고점보단 낮겠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선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코로나19 4~5차 유행기인 지난해 6월 이후 우울 정도는 성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자는 4~5차 유행기에 접어들면서 우울 정도와 우울 위험군 비율, 자살 생각 비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자는 반대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울 위험군 비율은 여자가 23.1%로 남자(14.9%)보다 8.2%포인트(P) 높았다.
4~5차 유행기 성별 추이 차이는 ‘적응력’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안정기인 3월 불균형한 회복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심화 등으로 남녀 모두의 정신건강이 악화했다면, 6월부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방역수치는 강화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적응력이 높아지면서 경기는 회복세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남자는 경제·사회활동이 일부 회복됐다.
문제는 여자다. 이 과장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보면 대면서비스업 부진 등으로 여자의 고용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고, 특히 보육·교육시설 이용이 제한되면서 육아 부담이 늘어 정신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