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해고 대상자가 자신의 징계 행위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해고 통지서에 사유를 축약해 적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재확인했다. 특히, 성비위행위의 경우 여러 사람을 상대로 복수의 행위가 있었다면 일일이 특정해 적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2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기간제교사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학생들이 제기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발언 등에 의한 복무 위반으로 해고됐다. A 씨는 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고 중앙노동위 재심에서도 기각 판정이 나오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에서는 통지서에 징계 관련 행위를 모두 특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징계사유에 원고가 언행을 한 날짜, 장소, 행위 대상이 된 학생이 특정돼 있지 않아 막연한 반박 외에는 소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해 위법하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통지서에는 해고사유가 축약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 비위행위가 기재돼 있지 않고 원고가 이미 해고사유가 되는 비위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지서상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의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가 해고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해고의 경우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 소명 과정이나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해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성비위행위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구체적 상황이 특정돼야 하나 이 사건에서와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해고사유 서면 통지 과정에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