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강화 등 사고 예방 온힘
중소 건설사는 "여력 없다" 속앓이
2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일대 건설현장은 적막감이 맴돌았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동시에 일찌감치 설 연휴에 들어가면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근로자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 삼표산업이 석재 채취장 붕괴사고로 첫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설 연휴를 맞아 건설현장 공사를 1~2주일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대재해법의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을 막고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우건설은 공사 현장에 한해 지난달 27일부터 연휴에 들어갔다. 현장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달 4일까지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건설은 설 연휴를 보낸 뒤 3일과 4일에도 작업을 쉬기로 했다.
강서구 마곡동의 한 건설현장 근로자 A 씨는 “건설현장에서 25년간 일했는데 원청업체 임직원이 나와 안전하게 작업해달라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로 안전교육도 자주 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모두 힘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인 한양 역시 현장소장의 판단에 따라 본사 안전실과 협의를 거쳐 꼭 필요한 공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설 연휴가 지난 뒤 3일과 4일에도 본사와 모든 현장의 임직원이 단체로 연차를 사용한다.
반면 중소건설사 입장에서는 좋은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르기가 쉽지 않다. 대형건설사와 달리 인력 충원과 시스템 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중소건설사 대표는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속절없이 폐업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처벌을 우선시할 게 아니라 역할과 책임부터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근로자 사망 사고를 포함해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671곳이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80.3%(539곳)가 나타났다.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재해 발생 비율이 높은 셈이다.
건설업계는 안전 조치를 강화해 왔음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 대상을 규정하기 어렵고, 안전관리 노력과 상관없이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건설사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건설사들은 사망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적용하는 점,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더라도 면책규정이 없다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의 현장 감리를 강화하고 하도급 구조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