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거절했다고 긍정한 건 아니다” 여지 남겨
자문단체 “신청은 가능, 최종 결정은 결국 유산위원회”
최종 투표 대비한 회원국 로비 절실한 상황
7일 본지는 ‘부정적인 역사를 제외하고 신청해도 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지’에 관해 유네스코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외부 자문기구인 비영리단체(NGO) 월드헤리티지워치(WHW)에 팩트체크를 요청했다.
우선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추측하는 건 사무국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지난해 7월 개정된 세계유산협약을 제시하면서 “위원회는 협약에 나온 10가지 기준 중 하나를 토대로 신청국에 추가 정보를 요구하거나 등재를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고의로 역사 기간을 단축한 만큼 한국에선 10가지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기준’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개정된 세계유산협약엔 보편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협약에는 “유산의 다양성은 다른 문화와 신념 등 모든 측면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며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신청국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다른 당사국들과 잠재적이고 유발 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일본 현장 실사를 맡게 될 이코모스는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질문에 긍정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전해왔다. 이 말대로라면 사도광산 등재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과 관련한 자문을 담당하는 WHW는 신청 자체는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스테판 됨프케 WHW 회장은 “만약 해당 유적이 (논란 등) 여러 측면의 평가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신청국이 한가지 면만을 신청한다면 그럴 권리는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신청된 유적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따라 10가지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어떤 기준을 선택할지는 신청국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코모스의 전문가들이 평가할 것이고 그들의 권고를 고려해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건 세계유산위원회”라며 “위원회가 불편하거나 논란이 있는 부분을 반영할 것을 신청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투표에 대비한 회원국 로비가 절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세계유산은 위원회 21개국 가운데 14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최종 등재된다. 현재 일본은 회원국이지만, 우린 아니다. 위원회는 통상 11월 총회에서 새 회원국을 선출하고 매년 6~7월경 1차례 모여 유산 등재를 표결한다.
사도광산 투표는 이르면 내년 여름 치러질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해를 넘길 수도 있다. 한국은 현재 공석이 나는 내년 11월 총회에서 회원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