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시아-우크라 돈바스 분쟁, 2014년 크림반도 수순 밟나

입력 2022-02-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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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의 한 주택이 친(親)러시아 반군이 쏜 박격포와 총에 벌집처럼 구멍이 뚫리고 부서져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르포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박격포탄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의 한 주택이 친(親)러시아 반군이 쏜 박격포와 총에 벌집처럼 구멍이 뚫리고 부서져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르포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박격포탄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면전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 등 서방과 대치를 이어가던 러시아는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지역인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도네츠크·루간스크 독립 인정 법령(decree)에는 두 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 파병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써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으로 병력을 투입할 명분이 만들어지며 일촉즉발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돈바스 둘러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닮아

▲크림반도의 도로를 달리는 러시아 장갑차. (AP/연합뉴스)
▲크림반도의 도로를 달리는 러시아 장갑차. (AP/연합뉴스)

전날인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과 105분간 통화한 뒤 양측이 외교적 해법을 찾기로 공감했으며,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 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쟁 위기는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하루 만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각에서는 2014년 당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유사한 시나리오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 러시아는 러시아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인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러시아인이 다수 거주해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이던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펼치자 독립을 결의했고,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공화국 자치정부의 독립을 인정하며 러시아군을 이 지역에 주둔시켰다. 곧이어 크림공화국 의회는 러시아 합병을 결의하고 독립 및 러시아 귀속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96%의 압도적 찬성으로 투표가 종료됐으며 러시아는 상·하원의 승인을 받아 합병을 승인했다.

2022년 현재 러시아가 도네츠크·루간스크의 독립을 인정한 모습은 크림공화국 자치정부의 독립을 인정한 것과 유사하다. 또한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 병력 파견이 가능해진 점 역시 향후 러시아의 더욱 공격적인 개입과 서방 세력의 반발을 예상하게 한다.

동유럽 걸고 넘어지는 러시아...NATO와의 힘싸움이 원인?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군사적 방법으로 크림을 탈환하려 시도하면 유럽 국가들은 자동으로 러시아와의 무력 분쟁에 끌려들어 오게 된다”며 나토의 확장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군사적 방법으로 크림을 탈환하려 시도하면 유럽 국가들은 자동으로 러시아와의 무력 분쟁에 끌려들어 오게 된다”며 나토의 확장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 지금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상황이 유사한 점은 단지 전개되는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 등 서방세력의 세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유럽 등 서방 세력은 동유럽이 공산화하자 이를 막기 위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창설했다. NATO 헌장 제5조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적 방위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산진영인 소련이 유럽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다만 미국과 소련은 NATO의 영역을 1990년 수준에서 확장하지 않기로 명문화되지 않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소련이 몰락한 뒤 NATO가 2004년 러시아의 인접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NATO 가입을 승인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자 동유럽에서 러시아와 서방 세력의 세력 다툼이 본격화됐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2022년 돈바스 사태뿐만 아니라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역시 이러한 세력 다툼을 공통의 배경으로 두고 있다.

외교적 해법 vs 전쟁 가능성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현재 돈바스 지역에서 우려되는 전쟁을 막기 위해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보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인정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쟁이 아닌 외교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란 계산에서다.

이 방법 외에 외교적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인근 병력 철수 소식을 알리고, 불과 하루 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외교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24일 미국과 외교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러시아가 지금 당장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적인 태도에 서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독립 승인을 강력히 규탄하고, 돈바스 지역에 대해 제재 방침을 밝혔다. 젠 사키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우리는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오늘 러시아가 자행한 국제 협정 위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군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새로운 공격행위를 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신속하고 혹독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전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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