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의 한 종합상사가 독일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독일 기업의 전체 공급망에 대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평가를 의무화하는 ‘공급망 실사법’ 본격 시행을 1년여 앞두고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2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독일 발주사에서 이메일 통보를 받았다. 시행 1여 년을 앞둔 '공급망 실사법'의 평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평가, 충족하라는 요구다.
한 국내 수출 제조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에 독일 고객사에서 ‘ESG 평가 기준을 넘겨야 한다’라는 내용의 메일이 와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발주 기업은 법 시행 이후 실사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바로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은 독일에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 기업에 부품과 소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까지 일정 수준의 'ESG 경영'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명시한 법이다.
쉽게 말해 독일 A기업이 우리나라 B기업에서 부품과 소재를 납품받을 때도 B기업까지 ESG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B기업의 하도급사인 C~D기업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ESG의 수준이 A 기업과의 계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이 법은 ESG 주도권을 이끄는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관련법으로 꼽힌다. 독일은 이미 법제화까지 진행한 상태다. 머지않아 유럽 전반에 관련 제도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을 비롯해 대기업에도 ESG 리스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반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은 ESG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더구나 공급망 전반에 대한 ESG 경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공급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대기업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LG, 삼성, SK 등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이슈가 잘 안 되다 보니까 체계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ESG는 안 한다고 해서 당장 굶어 죽거나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기업 간의 대응 차이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