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형 펀드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고채 금리가 한풀 꺾이자 채권 펀드 수익률이 개선된 것이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투자금액)은 30조46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던 2월 한달 동안 4948억 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약세였던 채권형 펀드 시장이 강세로 뒤집힌 것이다. 지난 1월 30조 원대를 기록 해오던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올해 초 이후 4255억 원이 줄면서 지난 2월 16일 기준 약 29조6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일로 지목된 지난달 16일 이후 일주일 사이 2944억 원이 불어나면서 30조 원대를 탈환했다.
최근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호전된 것이 단기 자금 유입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근 1주일 사이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13%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평균 수익률이 -0.53%,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이 -0.43%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 전환한 셈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안정성 있는 채권형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회피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작용하면서 연일 치솟던 국고채 금리도 한풀 꺾인 상태다. 보통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이 하락하면서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높아진다.
국채금리는 지난달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363%로 2014년 9월 18일(연 2.36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28일 기준 2.242로 지난달 초 수준으로 다시 내려간 상태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도 연 2.770%로 2018년 5월 17일(연 2.79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한 후 2.675%(28일)로 떨어졌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 모멘텀을 나타내는 투자심리 지표는 금리 상승 탄력이 둔화된 상황”이라며 “투자심리 지표가 상승 모멘텀의 고점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금리 하락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오래가지는 않을거란 분석도 나온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크림반도 사태 당시와 유사하게 서방국가들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보내지 않고 향후에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이 직접 참전하는 전면전까지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불안심리는 점차 개선(안전자산 매수 약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