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위원장의 미디어법 날치기 상정시도와 관련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로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안에 대한 막대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올 예산안이 확정된 지 불과 두달만에 추경이 논의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가 정부가 아무리 추경안을 잘 편성한다 하더라도 최종 확정은 국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6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미디어법 날치기 시도 이후 추경편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언론악법의 날치기 시도를 사과하고 원점으로 돌린다는 약속이 이뤄지고 신뢰회복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국회 일정에도 협조하기 어렵다"고 단호히 밝혔다.
정 대표는 미디어법 기습 상정에 대해서는 "22개에 달하는 처리 법안의 명칭을 적시하지 않았고 그런 법은 문방위에 상정돼 있지 않으며 그래서 의미가 없고 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날치기 미수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겠냐”며 “김형오 의장은 아마 거기 직권상정에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의 이같은 강경 입장에 따라 정부와 한나라당의 추경 추진 과정에서 순탄치 못한 행보가 예고된다.
기획재정부는 2월말까지 추경 편성 골격안을 마련하고 이후 3월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거친 후 3월말 국회 상정을 통해 4월 국회에서 통과시켜 확정짓고 5~6월께부터 실질 집행한다는 구상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25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추경 편성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골격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용걸 재정부 제 2차관도 "실무를 2월말까지 하고 당정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3월 초는 지나가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번에 30조원을 넘어서는 '슈퍼 추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역대 추경 중 최대 규모였던 1998년 13조9000억원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추경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좀 파격적인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며 "20조~3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답해 정부와 대규모의 추경 편성안을 논의중임을 시사했다.
같은 당 안경률 사무총장도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준비중인 20조~30조원의 추경규모는 경기부양을 위한 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슈퍼 추경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이한구 예결특위위원장은 “국가부채 규모가 이미 40조원이 넘는데 여기에 추경 30조원을 보태면 7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3년치보다 많은 액수”라고 지적하며 국가 재정건전성에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기습 상정에 따라 벌어진 정국 경색이 향후 국회에서 추경 확정과 관련 어떠한 변수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