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장기전 갈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크다

입력 2022-03-21 16:17 수정 2022-03-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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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율 상승에 인플레이션 경고등
금리 인상 겹치며 성장률 하락 가능성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충격이 오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폭등에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곡물 가격도 치솟으며 밥상 물가마저 끌어 올렸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솟는 '유가·환율·곡물 가격'

▲대두가 창고 용기에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두가 창고 용기에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한달 전 배럴당 80달러 초반에 움직이던 유가는 2월 24일 침공 당일 92달러로 뛰더니 100달러 선도 가뿐히 돌파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3.9달러다. 두바이유는 108.9달러, 브렌트유는 10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120달러도 넘겼던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협상에 대한 기대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다시 100달러를 넘겨 거래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2년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최근 환율 급등세가 잠시 멈추는가 했지만,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7원 오른 달러당 121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곡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2월에 전월 대비 3.9% 오른 140.7을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40선을 넘은 것은 1996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전쟁 멈춰도 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세 이어질 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설령 전쟁이 끝나더라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국제유가와 국제 곡물가격이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유공급 상황상 단기적으로 급격한 원유공급 증대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대(對)러시아 제재가 존재하는 한 원유시장은 유가 상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곡물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전쟁 피해로 올해 농사를 짓기 어렵고, 세계 2위 밀 수출국 미국의 흉작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가격안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금리인상'…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 의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 의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유가 및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시작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거시경제분석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으로 세계 주요국의 통화긴축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 하방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20달러에 달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4%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516억 달러(약 62조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 역시 지난 17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후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개 양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국내 금융시장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국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르는 상품가격 불안정성 확대 및 인플레 압력 고조, 실물 경기 침체 등과 같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동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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