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식당 주인 모르게 카메라를 설치하러 음식점에 들어간 것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이 나온다. 이를 주거침입으로 인정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판례가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합(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4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2명의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A 씨 등은 회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기자가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식당 주인 몰래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음식점 내 방실에 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음식점에 대화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러 들어간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유죄로 인정해 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1심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도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다면 영업주의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대화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녹화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A 씨 등이 음식점 내 방실에 들어간 것 자체가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1997년 3월 선고된 ‘초원복집 사건’의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
1992년 12월 14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산시장 등 기관장들이 음식점에 모여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통일국민당 관계자의 도청으로 드러났다. 지역감정 조장을 폭로할 목적이었으나 오히려 이를 도청한 관계자들은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해 음식점에 들어갔다”며 “영업자인 피해자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주거침입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록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주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는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하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