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름ㆍ부서 개편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을 두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화하자 서울시의회가 여성가족정책실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양성평등'에 힘을 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시의회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을 확대 개편해 '여성가족지원청'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도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성차별 철폐와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요구하고 있다. 마땅히 그런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지켜본 뒤 관련 내용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여성가족정책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표출되기도 했었다. 서울시 행정포털 내에서 20~30대 남성 공무원을 중심으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 데다, 여성가족정책실이 오늘날의 양성평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도 변화에 발맞춰 움직였다. 여성가족정책실 내 부서인 여성정책담당관과 여성권익담당관은 각각 양성평등정책담당관, 권익보호담당관으로 바꿨다. 권익보호담당관 내 여성권익기획팀과 여성권익사업팀은 각각 권익보호기획팀, 권익사업팀으로 변경했다. '양성평등'에 방점을 찍으면서 '여성만 챙긴다'는 일각의 오해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나아가 젠더 갈등이 젊은 층에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90년대생이 온다'를 구매해 읽으면서 젊은 층의 특성을 파악하는 한편, 양성평등에 대한 20대 남녀 간 차이와 인식도 연구했다. 과거 여성이 겪는 불합리한 구조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각각의 성별이 느끼는 차별과 해결책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불똥이 서울시로 튄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를 향해 관련 부서를 확대 개편해 여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자 부서 방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정책실 개편이 이뤄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변화를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과 새 정부에 맞춘 조직 개편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서울시 소속 A 공무원은 "지난해 담당 부서 이름부터 평등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고 성평등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양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부서 내 팀이나 사업도 서울 사정에 맞게 '양성평등'과 보육에 초점을 맞춘 게 많은데 외부 변화로 재차 조직을 개편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정책실은 여성정책뿐 아니라 가족정책과 보육, 아이돌봄 등의 업무를 맡는다. 올해 예산은 2조9280억 원을 배정받았다. 여가부 예산(1조4650억 원)의 2배를 웃돈다.
서울시는 새 정부의 여가부 운영 방침을 지켜본 뒤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성가족정책실 부서 명칭 변경 등은 새 정부의 '여가부' 운영 방향이 결정된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곧장 조직 개편에 착수하기는 무리"라며 "여성가족정책실을 확대하든, 전면 개편하든 지방선거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