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50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놓고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 처리 시기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의견이 갈리고 있는 데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해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8일 만찬회담에서 ‘현 정부 임기 중 추경 편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실무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협의 중 단계로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서 말하겠다”며 “기재부에서 성의 있게 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추경 편성 시기다. 추경을 4월 중 편성한다면 빚은 문재인 정부에서 내고, 집행은 윤석열 정부에서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 대통령으로선 ‘집행권’ 없이 나랏빚만 늘리는 추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당선인과 함께 기재부에 추경 편성을 압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서도 교체를 앞둔 마당에 새 정부를 위해 ‘부채 장관’ 오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
규모도 문제다. 기재부는 이날 ‘기재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2차 추경 규모로 35조 원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자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와 별개로 기재부는 수십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가 편성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이런 상황은 추경 편성이 정권교체 이후로 미뤄지더라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1차 추경(2월) 기준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2%,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다면, 40조 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 가능한 재원은 많아야 10조 원 내외다. 총지출의 절반 가까이가 의무지출인 데다, 재량지출에서도 인건비, 국방비, 계속사업비 등 경직성 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다.
결국,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이 중 40조 원가량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면, 올해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3.4%, 국가채무비율은 50.3%에 달하게 된다. 이는 기재부가 2020년 발표한 재정준칙에서 정한 재정수지 마지노선(-3% 이내)을 벗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