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덫으로 변한 ‘푸틴 철옹성’...러시아 쿠데타 가능할까

입력 2022-03-31 10:45 수정 2022-03-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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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자치 공화국인 인구시 지도자와 만났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자치 공화국인 인구시 지도자와 만났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푸틴, 전략 천재 이미지 너덜너덜해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세에 몰렸다. 전쟁이 두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군은 결국 수도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목표를 수정했다. 서방사회의 강력한 대러 제재로 경제가 30년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괜찮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의문 제기가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보여준 푸틴의 현실 감각, 지정학적 전략, 권력 장악력, 전술이 기대에 못미쳐서다. 그동안 서방사회는 푸틴을 체스판에서 여섯 수를 미리 읽으며 서방의 허를 찌르는 ‘영리한 지도자’로 평가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만 해도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5주째에 접어든 상황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수렁에 빠진 상태다.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 점령이 임박해보이지만 지금까지 점령한 지역은 헤르손에 불과하다.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는 퇴각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의 전세가 약해진 틈을 타 우크라이나군은 역공에 나서 일부 지역 탈환을 시도 중이다.

블루베이에셋매니지먼트의 수석 신흥시장 전략가인 티모시 애쉬는 “전술·전략 천재로서 푸틴의 이미지가 너덜너덜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와 서방의 대러 제재로 경제까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푸틴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푸틴은 측근과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로 이너서클을 만들고 반체제 세력을 탄압하면서 권력을 공호히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4시간 감시 체제, 2~3명 모여도 바로 보고

블라디미르 몰리브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자 전 에너지부 장관은 CNBC에 “푸틴은 KGB(러시아 정보기관), GRU(정찰총국), FSO(연방정보국) 출신의 ‘실로비키(제복 입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푸틴이 구축한 이 같은 철옹성의 장벽 탓에 내부 쿠데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천하의 러시아는 과거 소비에트 시대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정치국처럼 어느 정도 합법적인 통치 기구가 있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대통령만 있을 뿐이다.

몰리브는 “모든 사람이 24시간 내내 감시받고 있으며 2~3명만 모여도 바로 보고가 된다”며 “푸틴은 그만이 통제할 수 있는 5만 명에 달하는 강력한 경비대가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의회 유라시아 센터의 멀린다 해링 부국장도 “폐쇄된 정치 시스템”이라며 “푸틴이 전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가 만든 철옹성이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해 주변 참모들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오도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푸틴의 참모들이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는지,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푸틴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푸틴이 자신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울타리가 덫으로 변한 셈이다. 정보 왜곡에 따른 판단 실수가 계속될 경우, 쿠데타도 아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서방의 강력 제재만 계속될 경우, 측근들은 푸틴이 러시아와 자신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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