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람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것 같다. 모든 생명과 기업은 태어나고, 결국 죽는다. 사람은 거의 100%의 확률로 태어난 지 100년 안에 죽고, 1950~2009년 미국 거래소에 등록된 기업 기준으로 상장사들은 상장 50년 안에 거의 100%의 확률로 사망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사람과 기업은 모두 영원한 생존을 꿈꾸거나, 적어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애써 외면한다. 또한 하나의 뇌가 모든 몸의 기능을 통제하듯 기업의 경우 리더십이 모든 조직을 통제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반면에 기업과 도시는 정말 다르다. 흔히들 도로, 수도관 등을 인간의 동맥에 빗대어 도시를 살아 숨 쉬는 것으로 비유하곤 하지만, 도시는 죽지 않는 놀라운 탄력성과 (적어도 지구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는 확장성을 가진 것 같다. 기업과 달리 도시가 점점 스케일화하고 죽지 않는 비법은 무엇일까? 겨우 6개 도시에 살아보고 15년 남짓 회사를 다녀본 필자의 제한된 식견일 뿐,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 있음을 먼저 밝힌다.
첫째, 성공한 도시는 인프라가 탄탄하다. 통신, 포장도로, 전기배선 등은 도시의 가장 먼 구석까지 효율적으로 깔려 있는 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한계비용이 체감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회사는 규모가 늘수록 비전의 전파, 필요자원의 전달 등에 필요한 노력이 조직이 커지면서 한계비용이 체증하는 것 같다.
둘째, 도시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람과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대부분의 회사는 상호작용 횟수가 줄거나 조직도에 따라 선형적으로만 늘어난다. 도시는 체계가 없어서 무질서하지만 연결이 자유롭다 보니 랜덤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지만, 기업은 크든 작든 톱다운 방식의 조직구조를 통해 이러한 상호작용을 제한한다.
셋째, 도시는 확장될수록 다양성이 증가하는 반면,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성이 묵살된다. 탄탄한 인프라는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만날 수 없던 유형의 다양한 사람과 기회를 접하게 하고,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동안 다양성이 증폭된다. 도시는 매번 자연스러운 혁신과 도태가 이뤄지는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몰두하게 되고 망할 때까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기업이 도시처럼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 탄탄한 인프라로 제한된 상호작용의 제약을 풀어주는 일이다. 기업에서의 탄탄한 인프라란 나이, 지위, 학력, 경력, 심지어 소속에 상관없이 심리적 안정망을 가지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직책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모든 경계를 허물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조직의 규모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일이다. 조직의 규모가 작으면 체계가 없고, 체계가 없으면 높은 상호작용과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 규모가 커지는데 조직의 규모를 작게 가져가는 것이 어렵지만, IT산업의 경우 기술을 통해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9명의 개발자가 만들었고, 매일 전 세계 수억 명의 발이 되어주는 우버는 핵심인력이 고작 100명 내외이다.
셋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를 먼저 만들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는 것이다. 도시가 기업 대비 가진 이점은, 세금이라는 캐시카우가 있어 안전하게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쓰고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기업이 이런 세금에 준하는 캐시카우가 있다면 이를 토대로 위험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 다양성을 증대할 여유가 생겨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창업한 스윙은 창업한 지 이제 겨우 3년 된, 고작 120명의 직원이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벌써 ‘우리 팀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서 간 이기주의, ‘스윙다워야 한다’는 내부의 관성, 리더십의 눈치만 보는 정치적인 팀원 등 조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50%의 회사가 10년 내에 사라지고, 거의 100% 회사가 50년 안에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