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 버블이 붕괴하는 걸까? 새로운 투자처이자 사업모델로 각광받던 NFT 가격과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35억 원에 팔렸던 NFT가 3000만 원대로 가격이 떨어진 사례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NFT 시장이 성숙해가는 것이라는 낙관적 진단과 NFT가 본래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업 브리지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시나 에스타비는 지난해 3월 약 290만 달러(약 35억 원)에 사들인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최초 트윗 글 NFT를 1년여 만에 다시 경매에 부쳤다. 그러나 한국시각으로 19일 현재 가장 높은 제안가는 3만737 달러(약 3802만 원)에 불과하다.
당초 에스타비는 지난 6일 해당 NFT 판매 사실을 알리며 최소 5000만 달러(약 618억 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익금 5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상보다 한참 떨어진 경매 가격에 머쓱해진 상황이다. 에스타비가 NFT 경매를 올린 세계최대 NFT 판매 플랫폼 오픈씨는 에스타비가 판매를 재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나서자자 창립자 잭 도시의 첫 트윗 가치가 줄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NFT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NFT 관련 통계 업체인 크립토슬램 발표 따르면 지난해 8월 전 세계 NFT 시장 매출은 50억 달러(약 6조1800억 원)에 달했으나 올해 3월에는 2억4000만 달러(약 2968억 원)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19일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오픈씨의 거래량이 2월 2억4800(약 2473억593만 원) 달러에서 3월 5000만 달러(약 618억 원)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NFT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1월 5000달러(약 618만 원)이었으나 올해 3월에는 이의 절반인 2500달러(약 309만 원)로 떨어졌다.
잭도시 첫 트위터 NFT뿐 만아니라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 시리즈 NFT 중 하나가 정상가 대비 99.9% 싼 115달러(약 14만 원)에 거래된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기술전도사)는 “그간 NFT는 그 기술적 속성이나 특징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접근했던 부분이 있다”며 “NFT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은 맞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와 사업체가 NFT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을 키워 1차 거래(미팅)에서부터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형성돼왔다”며 “반면, 2차 거래 시장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데다가 현재 NFT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예술적 가치나 유저들의 로열티를 확보하지 못해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격이 급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 시장 열기가 식어가는 양상을 보이자 향후 NFT 시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NFT 낙관론자들은 최근 가격 하락으로 과도하게 거품 꼈던 NFT 시장이 안정화 되며 진정한 의미의 NFT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 중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현재는 법적 속성이나 자산 규명 등 제도적·기술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NFT 소유권 관련 과대선전으로 인해 벌어지는 초기시장 혼란기로 보고 있다”면서도 “현재 많은 기업과 플랫폼이 NFT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NFT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틸리티성이 뛰어난 부분이 있어 적절한 사업 모델을 찾는다면 올해 하반기 중에는 새로운 형태의 NFT 모델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조나단 빅터 프로토콜랩 책임자도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NFT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NFT는 애초에 경제적 가치가 없었다며 비관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디지털 저작물의 소유권을 얻는 것이라고 알려진 NFT에 소유권 관련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NFT와 같은 디지털 저작물은 소유권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므로 NFT 거래가 실재하지 않는 거래라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효력 없는 증명서로 자기 위안 하는 것 아니냐”, “좋은 영상이나 이미지가 있으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면 되지 굳이 큰돈 주고 NFT를 사야 하느냐”며 NFT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NFT를 일종의 ‘디지털 굿즈’로 보는 시선도 있다. 최근 국내 기업 NFT 민팅에 참여해 NFT를 구매한 직장인 A 씨는 “NFT 민팅은 ‘팬심’을 드러내는 디지털 굿즈라고 생각해 구매했다”며 “보유하고 있으면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멤버십 가입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NFT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NFT 거품론에 대해서 “어차피 투자보다 팬심에서 시작한 것이었고, 제공되는 혜택이 줄지 않는 이상 큰 충격은 없다”며 “앞으로도 아이돌, 축구 등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NFT가 발행된다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발행사의 건전성 정도를 조사해본 후 구매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NFT를 어떻게 볼 지와 별개로 최근에는 해킹 등 사이버 보안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 16일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메타콩즈’는 해커로 인한 스캠(사기)로 총 11.9 이더리움(약 4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바 있다.이와 관련해 최 에반젤리스트는 “NFT(시장)가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NFT가 금융적 활용도가 상당히 큰 분야이자 상품으로 보고 있다”고 반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