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초기 비트코인으로 제한...향후 다른 코인도 허용키로
미 노동부, 지난달 가상자산 옵션에 대한 우려 표명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퇴직연금 플랜(401k) 계좌에 비트코인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로는 첫 시도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올해 말 자사 퇴직연금 플랜에 가입한 2만3000곳의 기업들이 퇴직연금 계좌에서 비트코인 투자 옵션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피델리티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해당 계좌에서 최대 20% 자금을 비트코인에 할당할 수 있다. 도입 초기에는 투자 가능한 가상자산을 비트코인으로 제한하지만, 향후 다른 디지털 자산도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 퇴직연금 401(K) 플랜에서 가상자산 투자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WSJ은 한 소형 자산운용사가 소규모 401(k) 플랜 가입자들에게 연금 자산의 최대 5%를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이를 허용한 대형 운용사는 이제까지 없었다고 전했다.
피델리티의 퇴직연금 서비스 및 플랫폼 부문 대표인 데이브 그레이는 "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투자 솔루션이 필요하다"면서 "가상자산이 미래 세대가 장단기적으로 투자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2만 곳이 넘고, 운용하는 은퇴자산만 2조7000억 달러(약 3385조 원)에 달한다. 피델리티는 최근 가상자산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약 8000만 명의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레이 대표는 "우리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고객들의 유기적인 관심을 봤다"고 말했다.
피델리의 이번 방침에 따라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서 비트코인 채택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고용주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델리티의 이번 방침은 미 노동부가 퇴직연금 운용에 가상자산 옵션을 추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시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S&P500지수를 포함한 뉴욕증시가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하락했으며, 극강의 변동성으로 악명 높은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한 상태다.
퇴직연금 규제 기관인 노동부는 지난달 10일 고용주들에게 "401(k) 플랜의 투자 옵션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기 전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의 지침을 발표했다. 또한, 퇴직연금에 가상자산 옵션 추가를 결정한 고용주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연금법과 관련한 심층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피델리티를 포함해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 단체들은 노동부의 이번 지침을 철회해달라고 서한을 작성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