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개혁 가운데에서도 노동개혁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과제이다. 노동개혁은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들의 반발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 추진된 적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동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쉬운 해고 등을 추진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강한 개혁 의지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 없이는 노동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노동개혁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노동계의 부정적 반응을 의식하였기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판에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개혁 카드를 잘못 꺼내들었다가는 노동계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때 쉬운 해고를 추진하다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노동개혁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래서인지 윤 정부가 이달 초 국민들에게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노동개혁이란 단어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 의지를 밝힘으로써 노동 관련 정책기조가 점진적 개선에서 대대적 개혁으로 급선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 정부가 고용노동과 관련해 제시한 국정과제에는 공정한 채용 기회 보장, 노동기본권 존중,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공무원·교원노조의 유급전임자를 인정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도 담겨 있다. 반면 경영계가 요구해왔던 노동시장 유연화와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은 빠져 있다.
따라서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물론 노동시장의 유연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도 과감히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다. 여기에 사업자의 책임과 처벌을 무겁게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도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공기업 군살 빼기와 이념에 빠진 전교조의 정상화 대책도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에 포함해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개혁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책임한 포퓰리즘과 노동편향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며 나라에 큰 짐을 남긴 게 사실이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공기업의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와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공기관은 인력이 부족하지 않는데도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덩치를 불려 국가재정만 축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기업 정원이 32만8000명에서 44만3000명으로 11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일률적인 주52시간제는 일감이 넘치는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성장의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개혁은 불가피하다. 선진국들도 노동개혁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렸다. 독일의 하르츠개혁, 영국의 대처개혁, 프랑스의 마크롱개혁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대처개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하는 정책을 펼쳐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찾아 상생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의지를 천명한 만큼 짜임새 있고 밀도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노동개혁의 범위와 내용은 어떻게 정할지,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노동계는 어떻게 설득할지, 국민적 공감대를 어떤 방식으로 넓혀나갈지 등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렵다는 노동개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정부는 국가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노동개혁에 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