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푸드플레이션’, 아직 최악 안 왔다

입력 2022-06-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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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식품 물가상승률 작년 12월 2.7%서 지난달 5.9%로 뛰어
중국 봉쇄, 태국 ASF, 인도 폭염 ‘삼중고’
우크라 곡물 수출 지연 우려도

글로벌 식량 위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량 공급이 대폭 감소했다. 이상기후 탓에 주요국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과 기상이변 ‘이중고’를 겪으면서 식량 가격은 무섭게 뛰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푸드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식품 물가상승률이 작년 12월 2.7%에서 지난달 5.9%로 두 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전망은 더 어두웠다. 아시아 지역의 식품 물가가 하반기에 더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식품 물가 변동이 아시아 지역에 나타나는 시차가 6개월 정도라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식량 물가는 세계 주요 농업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치솟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4%, 전년 대비 33.6% 각각 뛰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전쟁 여파로 식량 가격이 치솟자 일부 국가들이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글로벌 물가는 더 들썩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식량 관련 수출 제한에 나선 국가는 30여 개국에 달한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시 봉쇄, 태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인도의 폭염은 가뜩이나 고삐 풀린 아시아의 식량 물가를 더 부채질할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는 하반기 식품 물가상승률이 9.1%에 달해 아시아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 일부 지역은 지난달 최고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아 약 8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극심한 폭염 여파로 인도의 밀 생산량은 올해 최대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식량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남부 지역에 14발의 미사일을 퍼부어 항구 도시 오데사의 식량 창고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오데사 항구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주요 통로로, 러시아는 전쟁 발발 초기 이곳을 봉쇄했다. 그 여파로 우크라이나에 쌓여 있는 곡물이 3000만 톤에 달한다. 러시아의 식량 창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급등으로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식품 물가상승률은 하반기 8.2%로, 현재 4.1%에서 두 배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도 5.9%에서 8.4%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돼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물가 인식은 식품처럼 자주 구매하는 필수품의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곡물과 식용유에 이어 육류와 가공식품, 외식 비용까지 이미 오르기 시작했고, 비싼 밀 대신 쌀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쌀 가격도 들썩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반기 식품 물가가 추가 상승하면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에 더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급등하는 이중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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