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을 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확률보다 해외 진출해서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고 한다. 스윙이 일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초기부터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조차 “50개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해외에 나가서 성공한 적을 본 적이 없다”며 말릴 정도였다. 도대체 왜 그럴까?
첫째, 국내 창업팀만큼 좋은 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스타트업은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본사의 지식과 노하우가 지사로 전달되기 어렵다. 결국 창업팀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며 빠르게 배워야 하는데, 그런 고생을 할 팀을 현지에서 찾기 어렵다. 대개 해외 진출한 스타트업의 경우 언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가 유능한 사람을 찾게 되고, 지원자들도 해외 진출한 스타트업이라면 왠지 여유 있을 것 같은 마음가짐으로 합류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과 운영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할 마음을 먹었다면 국내 사용자와 해외 사용자가 대략 유사한 니즈를 가진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다만, 현지 사용자에 맞게 서비스를 변경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한 끗 차이’여서 포착하기 매우 어렵다. 설령 운 좋게 현재 고객을 만족시켰다 하더라도 노동시장환경, 규제환경, 수급환경 등 국내에서 간신히 찾은 운영 해법들이 적용되기 어렵다.
셋째, 본사와 지사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을 공표한 본사라면 어느 정도 사업모델을 증명한 뒤 스케일업하는 단계일 테지만, 지사는 사실상 바닥부터 시작하는 단계이다. 또한 지사는 본사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본사는 아무래도 지사보다 덜 절박할 가능성이 높아 엇박자가 생긴다. 게다가 창업자이자 대표는 한 명뿐이라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다.
몇몇 회사들의 경우 위 세 가지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판매 채널을 제외한 모든 것을 본사에서 한다면, 좋은 마케팅팀만 지사에 둠으로써 창업팀에 준하는 현지팀을 찾을 필요도 없고, 운영환경이나 본사와 지사 운영의 어려움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일본에서 해야 하는 스윙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해외 진출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첫째, 내가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창업한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뽑고 의도적으로 배고픔을 유지한다. 영어라는 필터를 삭제하고 현지인력 100%로 채용하고, 자본금을 한번에 많이 보내지 않고 명확한 자금 가이드라인을 준다. 스윙의 일본 지사장은 오키나와 출신의 일본인인데, 다행히 한국과 일본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사람과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한국 사람이 많아서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언어 및 문화적으로 섞이고 있다.
둘째, 국내에서의 성공방정식을 도입하려 하는 대신 성공의 기반이 된 원칙만을 유지한다. 구체적으로 스윙은 경쟁사들과 달리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서 스케일을 얻은 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스윙은 처음부터 유닛 이코노믹스를 달성하고, 그것이 확인된 뒤에야 스케일을 키우고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전혀 다른 일본의 시장 및 운영환경을 인정하고, 현지팀이 유닛 이코노믹스 달성을 위해 현지에 맞는 방식을 찾도록 하고 있다.
셋째, 본사는 별도 팀을 꾸리고 지사의 성공 여부에만 보상이 연결되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짜고, 지사는 본사의 도움 없이도 성장할 수 있을 만큼 현지 인력을 채용한다. 또한 한국팀을 일본으로 일본팀을 한국으로, 인력을 주기적으로 교류시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면서, 대표인 나는 최소한 30% 이상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려 한다.
마지막으로 허무한 말일 수 있겠으나, 아무리 분석하고 노력해도 사실 우리의 성공과 실패는 팔 할이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창업자가 일본에 산 경험이 있어서 언어와 문화적으로 융합이 쉬웠다는 점, 원래 채용한 무능한 지사장이 도망가면서 발견한 이인자가 엄청난 능력자였던 점, 최근 킥보드의 주요 고객층인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점 등 모두 우연이었다. 우리는 또 다른 긍정적인 우연을 기대하며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할 뿐.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글을 쓰며 걱정과 설렘이 교차한다. 코로나로 인해 처음으로 지사를 방문했는데, 마치 버려진 자식이 뒤늦게 부모님을 만난 듯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듯 하루 24시간 주 7일 일하는 모습을 보며 살짝이나마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많아지는 밤이다.
“스윙~그, 간바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