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주 7%를 웃돌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단이 0.6%포인트(p) 이상 떨어져 6%대 중반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시장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된 데다 개별 은행의 금리 인하까지 겹친 결과지만, 대상자가 더 많은 대출금리 하단은 오히려 올라 체감 금리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 등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은행들의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의 '대출 문턱 낮추기'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연 4.750∼6.515% 수준이다.
지난 17일(4.330∼7.140%)과 비교하면 불과 1주일새 상단이 0.625%p 떨어졌다. 하지만 우대금리가 적용된 금리 하단은 오히려 0.420%p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3.690∼5.781%다. 1주일 전(3.690∼5.681%)보다 상단만 0.100%p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3.871∼5.86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17일의 3.771∼5.510%에서 하단이 0.100%p, 상단이 0.350%p 올랐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1주일 사이 0.6%p 이상 떨어진 데는 우리은행의 금리 조정 영향이 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4.147%에서 3.948%로 0.199%p 낮아졌지만, 4대 은행 금리 상단 하락 폭(0.625%p)이 거의 3배에 이르는 것은 개별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p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우리은행 전체 등급의 가산금리가 1.5%p씩 낮아진 것과 마찬가지 효과다. 지난 17일 7.140%에 이르던 상단이 6%대(6.515%)로 내려왔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5대 은행 가운데 처음 7%대에 올라서 주목받자 여론과 금융당국을 의식해 자진 인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면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고정금리 중에서도 우대금리를 전혀 받지 못한 상단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신용대출 상·하단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0.100∼0.350%p 올라 실수요자들의 체감 금리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도 많다.
금리 상단을 그대로 적용받는 대출자보다 주거래 은행에서 통장·카드 사용 여부 등과 연계된 우대금리 혜택을 통해 하단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