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업체들이 가전제품 부분에서 대만 ODM(개발자 생산) 업체와 지금과 다른 양상의 경쟁력 확보 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6일 '불황기 전자 산업의 제조 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자업계가 제조부분의 수직통합과 설비투자에 따른 아웃소싱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전자 업계에 대해 대만 ODM 업체의 성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정리한 TV설비와 인력들이 대만 업체의 사업 확대를 위한 영양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대만계 업체가 정보기술 산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가전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게 된다.
이는 한국 전자 업계가 IT와 LCD 패널에서 중요한 경쟁자인 대만 ODM업체들이 가전 부분에서도 제조 경쟁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셈이다.
손 연구원은 "비용측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던 일본이 아니라 다양한 전방업체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제조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대만과의 경쟁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후발 제조업체의 부상에 대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 규모의 추가적인 확대를 주문했다.
또 국내 기업이 가진 수직통합의 이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손 연구원은 지적했다.
LG와 삼성은 모두 전자용 일반 부품과 디스플레이라는 핵심부품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치 사슬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기존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상당히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내부 설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 제품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경쟁력을 잃은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외주 생산으로 전환해 경쟁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