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두 문화, 그리고 과학논문과 기술특허

입력 2022-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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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1959년에 캠브리지대 리드 강연에서 C. P. 스노(Charles Percy Snow)는 자연계열 지식인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야 하듯, 인문계열 지식인도 열역학 제2법칙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각은 상대방의 지식에 무지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두 문화’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후 중등교육과 대학의 교양교육에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교육을 통합하는 움직임은 확대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일제 강점기 이후 공고했던 한국의 고등학교에서도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여전히 인문계열과 이공계열을 구분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고, 계열별로 시험과목을 다르게 요구한다. 결국 고등학교는 인문계열 지망생과 자연계열 지망생을 따로 가르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벽은 강고하다.

인문학 분야와 자연과학 분야의 두 문화를 가르는 장벽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자연과학 분야 내부에서도 과학문화와 기술문화를 구분하는 내부 장벽을 느낄 때가 있다. 과학은 기술을 설명하고 기술은 과학이론을 응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장비를 만들어 서로를 밀고 끌어가기 때문에 과학기술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한 현실을, 우리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한 예로, 한국이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 분야 노벨상이 아쉬운 우리는 우수한 기초과학 논문에서만 그 답을 찾으려고 한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학자가 응용연구에 편중되어 있음을 염려하기도 한다.

노벨상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논문을 발표한 기초과학자에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 통계를 보면, 자연현상을 새로운 과학법칙으로 설명하여 논문으로 발표한 사람만큼 많은 수의 응용연구 수행자가 있다. 이들 응용연구 수행자들은 질병 등 당대의 인류 앞에 놓여 있던 어려운 기술적 과제를 해결했고, 그 결과를 특허로 등록받았다. 발명이 특허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어야 하므로 특허문서는 최초로 제출되는 기술문서이고, 따라서 노벨상의 업적은 상당수가 특허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노벨상조차도 논문과 특허를 구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초과학자가 출원하는 특허와 응용연구자가 발표하는 논문의 수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더 일반화되어 보편적인 인식으로 확산되면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는 내부 장벽은 사라지게 된다. 자연과학 내부의 장벽부터 치우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나누는 두 문화 간 장벽을 이야기하자.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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