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과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일부 학생들이 형사 고소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모 씨 등 연세대 학생 3명은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집행부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지난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정신과 진료비 등을 명목으로 약 64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으며, 5월에는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입구에 붙었던 대자보에 따르면 자신을 ‘같은 공동체에서 학습하고 있는 구성원’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은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면서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나.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의 학습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노동자의 삶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며 “존중의 공생을 모색하지 않고 노동자를 비난하는 평면적인 당신이 부끄럽다”고 했다.
나윤경 연세대 교수는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수업 강의계획서에서 이번 논란을 다루며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을 비판했다.
2018∼2021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을 지낸 그는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하는 대학이 맞는가 회의감을 갖게 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연세대 3007명의 학생이 청소·경비노동자 집회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 약 30명의 연세대 학생들은 6일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본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 말부터 학교 측에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에 따른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학내 투쟁에 나섰다.
당사자인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고소한 학생을 욕하지 말라”며 “을하고 을이 싸우면 뭐가 되나. 학교가 처우 개선 요구를 묵살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