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5조 원 규모로 편성한 서민·저신용자 금융지원 보완 대책이 오히려 연체자를 양산하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차주'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청년들의 빚 탕감을 골자로 내놓은 정책이 저신용자와 연체자에 맞춰져 있어 인위적으로 신용을 떨어트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ㆍ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해 125조 원 규모의 민생 안정대책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90일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소상공인의 빚을 최대 60~90%까지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30조 원)을 비롯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 확대 공급(40조→45조 원), 실수요자 주거비 경감을 위한 저리 정책전세대출 한도를 확대(2억→4억 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주식과 암호 화폐 등의 투자 손실로 어려움에 직면한 청년층의 채무 이자부담을 최대 50% 덜어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책 발표 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자영업자·청년을 두 번 울리는 정책이라며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내달부터 실시할 예정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새출발기금'은 채무자의 원금 감면으로 논쟁거리가 됐다. 대상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상환능력을 상실해 90일 이상 장기연체를 겪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다.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는 소득과 재산, 상환능력 등에 따라 무담보 대출 원금의 60~90%를 감면받는다.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은 차주 중 개인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거나 6개월 이상 휴·폐업한 적이 있는 등 ‘부실 우려 차주’는 최대 3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장 20년까지 빚을 나눠 갚을 수 있는 등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손실과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새출발기금 내용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 빚 탕감 정책을 발표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채무자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주식과 암호 화폐 등 투자 손실로 어려움에 직면한 청년층의 채무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은 빚투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업실패나 투자손실 등 이유가 아니라 채무를 예정된 대로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를 갖고 채무 재조정 대상을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 센터장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대부분 성실 납부자를 위한 대책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상공인 빚 90% 감면, 청년층 이자 부담 50% 덜어주겠다는 새로운 정책들이 나오면서 이 부분이 부각되면서 성실 납부자에 대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지원 같은 경우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지원대상을 세밀하게 가려내야 하는 '식별'의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영끌과 빚투로 수익을 본 사람들은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 본 사람들은 국민 세금으로 메꾸지 않도록 지원대상을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