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한줄 넣겠다고 강행” 격분도
미 의회는 이참에 ‘전략적 모호성’ 폐기하자 움직임…백악관 난색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국가안보 참모들과 회의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회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하루 만에 안보팀을 소집했다는 점에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일찌감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전부터 그의 결정이 미국 정부의 뜻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평소 중국 공산당에 날 선 비판을 해왔던 펠로시 의장의 행보가 자칫 미국 정부 입장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추진에 대해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만류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까지 그를 만류하기 위해 설득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급 인사들과 국무부 관계자들이 직접 펠로시 의장을 찾아가 대만 방문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펠로시 의장 측 사이의 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펠로시 의장 측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의 대만행을 막기 위해 대만방문 추진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고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면서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의지대로 방문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설득에도 펠로시 의장이 완강한 의지를 보이자 바이든 행정부는 ‘플랜 B’를 수립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행정부가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경력 사항에 한 줄 추가하겠다고 대만행을 강행했다며 분노했으며, 비상사태를 대비해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재정비하는 등 사전 방안을 강구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2일 심야에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했을 때도, 바이든 행정부는 어떠한 긴장도 고조되지 않기를 원하며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놓겠다며 거듭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의 강행을 두고 미국 내 여론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미국 언론들은 “펠로시가 자신의 업적을 위해 현명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문이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올해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2007년 여성 최초로 하원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1월 4번째 하원의장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빼앗기면 펠로시 의장 임기는 종료된다. 고령을 감안하면 정계 은퇴 가능성도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 상황은 더욱더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백악관이 상황 수습에 진땀 빼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나 대만을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은 중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며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