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국내 시가총액 1,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1년 새 5만전자로 내려앉으며 신저가를 갈아치운 반면, LG엔솔은 7개월 만에 50만 원 선을 회복했다.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건 인플레이션이다. 삼성전자는 인플레이션으로 위축된 투자 심리에 대응하지 못하며 주가가 하락했지만, LG엔솔은 오히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52주 신저가’ 기록한 삼성전자 =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6일 전 거래일 대비 0.36% 오른 5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5만50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52주 신저가(5만5600원)를 기록한 지 4거래일 만이다.
앞서 13일 삼성전자는 4.5% 급등하며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에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연일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 우려로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에 나선다. 실제로 환율이 1400원을 목전에 둔 16일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594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로 확장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조1232억 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며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3.60%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운데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전날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11% 늘어난 2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라설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83억 달러로 내다봤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는 시장의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수요 상황을 감안하면 3분기 DRAM ASP는 당초 예상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매크로 환경이 더 크게 악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50만 원’ 선 넘은 LG엔솔 = LG엔솔은 그간 하락했던 주가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IRA 수혜주로 꼽히면서 여타 종목과 달리 주가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 1월 상장한 LG엔솔은 상장 첫날 오전 59만8000원을 기록한 후 추세적인 하락선을 그렸다. LG엔솔의 공모가가 30만 원이었기 때문에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상장일 개인 투자자들은 1조4392억 원을 매도했다. 외국인도 1조5007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시장 참여자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상장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지난 3월엔 35만9500원까지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7월에는 35만6000원까지 떨어지면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점차 반등하더니 이달 15일에는 2월 이후 처음으로 50만 원 선을 회복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하락하는 코스피와는 반대로 3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LG엔솔의 주가 반등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꼽는다. IRA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효된 법으로,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신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0달러의 보조금을 주던 혜택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한정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선제적 대응 전략이 마련된 기업들에 한정적으로 사업 수혜가 가능하다”며 “시간은 완성차 기업들의 수주가 집중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부양책도 LG엔솔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RA에서도 ESS 부양책이 포함되어 있다. ITC(세액공제) 범위와 기간을 연장해 ESS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며 “LG엔솔은 리콜 이슈가 일단락 됐고, 리튬인산철(LFP)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는 가운데 북미 현지 증설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